초등학교때까지는 피아노를 배웠지만, 이사를 가면서 고장난 피아노를 판 이후로는 피아노를 쳐볼 일이 없었다. 피아노를 좋아했지만, 꾸준히 배우질 않다보니 연습을 하게 되질 않았었고 급기야 피아노까지 없다보니 피아노를 칠 일이 없었다. 혼자서 연습을 해보고자 전자키보드를 장만했지만 피아노 건반과 다르다보니 피아노 치는 기분이 들지 않았고, 피아노 건반보다 2옥타브 정도 적다보니 음역대가 다양하지 않은 곡만 칠 수 있었기에 장식품으로 전락해버렸다. 물론 핑계에 불과하다. 잘 치고는 싶지만, 연습의 과정은 지루하다보니 치는 횟수가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아에 연습을 하지 않게 되버린 것이다.
<나는 성인이 되어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를 보는 순간, 다시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친다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어려서 유연하게 움직였던 손가락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어려서 배웠던 피아노 악보들을 다시 쳐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었다보니 피아노를 다시 시작해 볼 엄두가 나질 않았었다. 이 책을 보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피아노를 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용기를 얻었다.
"포기하는 사람은 포기할 이유를 열심히 찾고, 계속하는 사람은 계속할 이유를 궁리한다. 피아노를 습득하는 데에는 누구나 시간이 푤요하다.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한 이상 계속해보다는 단순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자." - 본문 29쪽 중
특히 저자가 아는 80대 남성이 60년만에 다시 피아노를 치면서 발표회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했다는 일화는 인상적이었다.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하고 싶으면 일단 시작하고, 시작한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 일화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저자가 소개한 방법 중,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작곡가가 쓴 악보를 고집하기 보다는 다장조로 편곡된 쉬운 악보를 통해 연주하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였다. 또한 모든 음을 다 연주하려고 하기보다는 멜로디 외에 생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 연습할 때는 파트연습을 통해 양보다는 연습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어느 정도 암보할 것을 목표로 삼으면 연습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연습하기 전에 먼저 악보를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 한손으로 연습하는 것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모범연주를 듣는 것 등등 연습하는 방법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악보를 먼저 바라본다던가 모범연주를 들어본다는 것은 생각해 보질 않았던 방법이었는데, 곡에 대해 먼저 친숙해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또한 전체를 연습하기보다는 부분연습에 치중하는 것도 꼭 필요한 연습임에도 불구하고 간과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엘리제를 위하여'나 '소녀의 기도'의 악보아 함께 연주 요령을 설명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피아노를 배울 때 이후로 악보를 본적도 없고,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다보니 저자 덕분에 다시 음악을 들어보게 되었고, 악보도 펼쳐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 덕분에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다시 쳐보는 용기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