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순전히 <강> 때문에 나는 이 시집을 샀다.
얼마전 나는 외로움의 강, 트위터를 탈퇴헀다.
sns가 내 일상을 침범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나는 트위터를 견디기 어려웠고 바로 그 가면무도회에서 나와버렸는데, 트위터 탈퇴 전후로 느꼈던 감정들을 이 시에서 느낄 수 있었다.
트위터 탈퇴 이후에 내 트친 A의 소식이 궁금해서 다음을 통해 트위터를 검색했다가 트친 A, 트친 A와 나름 엄청나게 시끄럽게 서로 언팔한 B, 그 둘과 맞팔 관계였던 C의 멘션들을 봤다. C는 A와 대화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B와도 서로 다른 주제로 대화 중이었다. 물론 A,B는 서로 대화가 안 되는 중이었다. 이거는 무슨 '소통의 문제'를 주제로 하는 희극을 보는 것도 아니고, A와 B가 어떻게 하다가 언팔했는지 C도 다 봤을 텐데 그 둘과 동시다발적으로 대화했던 C를 보는 순간, 나는 C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평소에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했던 C는 종종 내 유리신경줄을 박박 긁어대는 외로움이 가득한 글들을 쏟아냈었는데(직접 나에게 얘기하는 건 아니었지만, 정말 내 신경줄을 막 긁어댔음), C에게는 자기의 외로움만 달래줄 수 있다면, 상대가 누구인지, 상대의 표정이나 감정 같은 건 상관없는 것 같았다. '우리가, 그녀들이 당신의 정신적 위안부, 자위도구입니까?' 그 말이 진짜 내 마음 속에서 터져 나왔다.
사실 C와 내 사이는 농담 몇 번이 전부다. 한번은 C가 나한테 '농담'으로 던진 말이 있었는데 사실 그게 나한테는 '금기어'였다. 나는 트위터 밖에서 엄청 당황했지만, 트위터에서는 대충 둘러대는 말로 '거절'했다. 아마 C는 내 반응이 이해가 안 갔을 거다. 나를 전혀 모르기에 우연히 나라는 인간의 최소한의 윤리를 건들면서 C는 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버렸다. 어쩌면 C도 트위터에서는 태연하게 A,B 양쪽과 대화를 해도 트위터 밖에서는 A와 B 때문에 당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과의 SNS에서 관계라는 걸 기대했던 A와 나는 바보였다.
더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나는 트위터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외로움의 강, 그게 트위터다. 그런데, 외로운 사람 모두 트위터로 달려가면 나처럼 트위터에서 도망가는 사람도 나온다.
* 사족이지만, A와 C가 행복하길 바란다.
* 내가 트위터에서 탈출할 때 내 유일한 문제가 트위터였다. 일상과 SNS,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참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