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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를 잘 깍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오늘은 꼭 연필로 무언가를 끄적거려봐야겠다.

나에 대하여

일상에 대하여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김선경 편
메이븐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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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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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흙속에저바람속에

    이어령 선생님의 시로군요! 저도 그렇지만, 신간 <이어령, 80년 생각>에 따르면 문학비평가, 문화부장관, 작가 등으로는 유명하지만 의외로 이어령 선생님이 시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언젠가 시집을 찾아봐야겠다 했는데 이렇게 또 삶의미소님께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셨네요. 어휴, 시원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허락하신다면, 스크랩 해가도 될까요?ㅎㅎ

    2021.03.10 17:2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암요암요 스크랩 해가셔도 되지요 ^^
      익숙한 구절들이었는데 .... 사실 이어령 선생님의 시라 저도 아침에 깜짝 놀랐거든요 ~~
      흙바람님이 정말 이어령 박사님의 찐 팬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
      저녁 맛있게 드세요 ^^

      2021.03.10 18:18
  • 사랑님

    누군가 "괜찮니?" 라는 물음에 "안괜찮아요 ㅠ.ㅠ"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 눈시울 적셨습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전 정말.. 그때 너무 많이 울어서 빠진 살들이 13키로쯤 되었을려나 ㅋㅋㅋ(응급센터에서 정말 너무 힘들었거든요.. 인증평가 준비하며 매일 팀장님한테 혼나고.. 그야말로 매일 태움의 연속이였죠 ㅠ.ㅠ)
    아..정말.. 딱 혼자인듯한 느낌의 그 시절을 떠오르게 했어요... 앙 ㅠ.ㅠ

    2021.03.10 21:1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진짜 병원은 많이 태우지요... 그 태움이 정말 엉뚱한 경우엔 더욱 화가 나죠 ㅠㅠ 아마 사랑님이 응급센터라서 더 분위기가 그랬을 것 같아요. 전 중화자실에서 신규로 있을 때 윗선배들과 엄청 잘 지냈는데 오히려 주임이 신규를 안 태운다고 혼내더라는... 그때 정말 그 분 때려주고 싶었네요....
      저는 그 시절 태우는 것보다 정말 내가 찾는 롤몰델은 없고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인간관계가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을 저는 군대와 버금가는 곳이라 생각했거든요. 우린 군대 다녀온 여자로 생각하고 삽시다 ~
      사랑님 이젠 괜찮은거죠?토닥토닥^^

      2021.03.10 23:19
    • 스타블로거 달밤텔러

      사랑님! 이제 괜찬으신거죠?^^ 사랑님 댓글과 삶의미소님 댓글을 보며 간호사도 참 힘들구나 싶네요..저야 잘 모르는 그 세계 이야기지만...사랑님 이야기 들어보니.살이 13킬로 빠졌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가 짐작이 되네요~이제는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랑님만의 인생과 삶을 사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랄께요~^^

      2021.03.10 23:59
  • 스타블로거 Joy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정말 그럴때가 있어요. 마치 물어봐 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이 핑 돌때가ㅠㅠ
    그런데 또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아 외로울 때도 있지요. 저들의 웃음은 나와는 상관없는 듯 느껴질때 말이예요.

    2021.03.10 22:1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우리에겐 힘든 일도 많고 참 견뎌야 할 일들도 많죠....
      전 너무 힘들 때 어떤 경우는 오히려 누가 나의 그러 상황을 그냥 아는 척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다 지난 다음 '이젠 괜찮니?'라고 물어주면 오히려 그게 힐링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우린 앞으로 정말 좋은 일들이 더 많고 주변에 따뜻한 사람들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요^^
      Joy님 편안한 밤 보내세요 ^^

      2021.03.1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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