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간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젊을 때와 달리 이젠 여행이 단순히 오락적인 요소인 요소만을 찾는 것보다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에 더 큰 의미를 새기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 중 단연코 손꼽히는 것이 바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 생각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65일』은 그동안 답사기 시리즈에 소개되었던 곳 중 한 달에 2곳, 1년에 24곳을 추천한 여행 플래너 겸 다이어리로 즉, 여행자를 위한 만년 다이어리이다.
월간 계획표와 주간 계획표 그리고 여행계획 및 후기를 작성할 수 있다.
추천 여행지 중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충남 서산에 위치한 서산마애불과 보원사터이다. 이 서산마애불의 등장으로 이전 금동미륵반가상이나 일본 고류지의 목조 반가사유상, 일본 호류지의 백제관음 등은 백제계 불상일 것이라는 심증에서 확실한 물증으로 전환시킨 계기가 되었다. 서산마애불은 삼존불 형식이면서도 곁보살이 독특하게 배치된 점과 신비한 미소의 표현되어 있다. 서산마애불에서 용현계곡을 타고 안으로 들어가면 보원사터의 오층석탑도 만나볼 수 있다.
서산마애불이 향하고 있는 방위는 동동남 30도, 동짓날 해 뜨는 방향으로 그것은 일 년의 시작을 의미하며, 일조량을 가장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이다. 마애불 정면에는 가리개를 펴듯 산자락이 둘러쳐져 있다. 이는 바람이 정면으로 마애불을 때리는 일이 없도록 막아주는 역힐을 한다. 마애불이 새겨진 벼랑 위로는 마치 모자의 차양처럼 앞으로 불쑥 내민 큰 바위가 처마 역할을 하고 있어서 빗방울이 곧장 마애불에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마애불이 새겨진 면석 자체가 아래쪽으로 80도의 기울기를 갖고 있어서 더욱 효과적으로 빗방울을 피할 수 있다. 한마디로 광선을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비바람을 직방으로 맞는 일이 없는 위치에 새긴 것이다. (5월 추천 여행지 서산마애불과 보원사터의 내용 중 일부)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해서 위치를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생겼다. 학창 시절 단순히 이름 암기로만 내 기억에 남았던 서산마애불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추위를 견디는 건 너무 힘들기에 따뜻한 봄날을 기다렸다 서산마애불 앞에 서서 불상의 온화한 미소를 눈에 담아 보고 싶다.
추천 여행지의 문화 유적에 대한 기본 정보 및 주소, 함께 가면 좋은 여행지, 누리집 주소도 함께 소개되어 있어서 여행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여행지에 대한 더 상세한 이야기는 답사기 몇 권에 실려있는지에 대한 안내도 있다.
서울에서부터 제주도까지 지방별로 내가 가본 곳이지만 새로 알게 된 점, 가보지 못한 곳, 처음 알게 된 곳 등 이야기를 읽어보니 24곳 중 한 곳도 빠짐없이 다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에 남았다.
유홍준 교수님이 전하는 문화 유적지에 대한 이야기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런 좋은 역사적 장소와 플래너가 함께 만난 만년 다이어리로 여행계획도 세우고 일상의 스케쥴도 함께 관리하는 해면 더 의미 있는 1년이 되리라 여겨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