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
거짓말이 우아할 수 있을까?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일끼? 일단 많은 제목부터 질문이 연속으로 떠오르던 작품을 드디어 읽어보았다.
14살 천지가 자살한 이유를 가족도 친구도 알지 못한다.
홀로 딸을 씩씩하게 키워내며 천지에 대해 특별히 걱정하지 않았던 엄마.
타인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언니 만지.
단짝 친구라 보여졌지만 천지를 은근 왕따시켰던 화연.
그런 화연이 미웠지만 그렇다고 천지를 도와주기보다는 천지의 행동을 비꼬던 미라.
천지의 우울함을 알아봤던 이웃 아저씨 오대오.
자신의 아픈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홀로 견뎌내던 천지가 선택한 죽음 이후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은 그 죽음의 진실에 가까워지며 각자가 겪는 혼란과 고통.
천지의 자살 원인을 단 하나로 단정할 수 없고 그렇다고 그 죽음에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천지가 상처받은 마음 그리고 진심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비극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도 싫었고, 그나마 자신을 받아준 화연의 은근한 괴롭힘에 맞서지도 못했던 여린 마음을 가진 천지가 홀로 견뎌내야만 했을 시간이 콕콕 맘에 박혔다.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애초에 나는 큰 것을 바란 게 아니니까요. 혹시 내 어렸을 적과 같은 아픔을 지금 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뜨겁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진심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p.227, 작가의 말 중)
제목이 전하는 우아한 거짓말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나름의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내 주변에 밝고 씩씩하게 웃고 있지만 남모를 아픔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속내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사람일까?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역시나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동명 영화도 꼭 챙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