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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도서] 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불행이란 말 할 것도 없이 아내의 죽음이었고, 행운이란 딸의 기적 같은 소생이었다.

 

스기타 헤이스케의 딸과 아내가 버스 추락 사건으로 위급한 상태에 빠진다. 아내는 죽고 딸이 살아남았는데 딸 모나미의 몸에 아내 나오코의 정신이 들어가게 된다. 그럭저럭 일상을 유지하던 이들은 모나미가 커 가면서 헤이스케는 아내 나오코에게 다른 남자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서로 간의 좁힐 수 없는 거리감에 충돌한다. 이와 별개로 사고를 낸 버스 운전기사의 과로 이유를 알고 싶었던 헤이스케는 우연히 그의 남겨진 가족들을 알게 된다. 단순히 유족의 입장에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며 그들의 아픔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예전에 몇 번 부부싸움을 했을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침묵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 분노가 아니라 슬픔이라는 것이었다. 헤이스케는 화가 나지는 않았다. 나오코와 자신 사이에 가로놓인, 결코 채워질 일 없는 틈새의 존재를 인식하고 견딜 수 없이 슬퍼졌을 뿐이다.

 

언젠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라고 그는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버리면 그녀는 평범한 열여섯 살 소녀로 살아갈 수 있다. 사랑도 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이들의 갈등이 깊어지던 어느 날 딸 모나미의 정신이 돌아온다. 점차 아내 나오코가 나타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모나미로 깨어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며 결국 나오코와는 영원한 이별을 한다. 완벽한 부녀 사이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으나 헤이스케는 25살의 모나미의 결혼식 날 결국 진실을 알게 된다.

 

영화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화자인 헤이스케가 느끼는 그 다양한 감정에 나라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행동했을지 대입을 하며 몰입할 수 있었다. 모나미를 염탐하고 의심하는 헤이스케의 행동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음도 이해하게 된다. 결국 진실이 무엇이었든 간에 나오코가 딸을 대신해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결심도 응원하게 된다. 결말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기에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할 상황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택한 결정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워낙 다작하는 작가라 그리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는데 외사랑에 이어 이번 비밀이라는 이 작품으로 명실상부 추리소설 최고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이제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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