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 로스쿨 교수' 김두식이 2009년 1년간의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와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펴냈다. 2009년이면 로스쿨 개원 첫해라서 그야말로 혼돈 속에 일년을 보냈는데, 그런 혼란을 피해 미국에서 안식한 김두식은 참으로 행운아라 할 수 있겠다.
교회 속에 들어온 세상, 김두식
김두식은 돈이나 사회적 지위라는 '세상'이 교회 안에 들어와 세속화된 교회를 고발한다. 그런데 김두식이 변호사이자 교수가 아니었다면, 기독교계에서 지금처럼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형법학자' 김두식의 연구실적은 정말로 '없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기독교계가 (정확히는 '복음주의 운동권' 패당이) 변호사/교수라는 것에 눈이 멀어서인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무례하고 공격적인 김두식의 동료들
지금의 김두식이 있기까지는 김두식을 생산하고 소비해온 집단, 이른바 기독교 활동가들이 있었다. 이들의 작태는 김두식이 고발한 '무례하고 공격적인 기독교'가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그네들은 자기네와 뜻이 맞지 않는다고 '보수'교회 앞에서 시위한다며 예배 등 교회업무를 방해하고, 뉴스앤조이나 복음과상황에 '기사'라는 이름으로 막말을 쏟아내고, 나이 어린 청년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교회생활에 대한 개인의 감상 몇 줄 올린 것을 "보수교회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마구 퍼가서 명예를 훼손하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 광우병 시위 등 사회적인 이슈 터질 때 사람들 돈 모아서 신문 광고 내고, 최근에는 천안함 음모론 퍼나르는 중이다.
평균과는 거리가 먼 김두식의 초상
김두식은 목회자들이 삶의 현장과 괴리가 있음을 지적하지만(p.24) 김두식의 삶은 평균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 책에서는 '그럭저럭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라고 되어 있지만, 고대 법대 86학번인 김두식이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은 고시열풍이 불었고 사법시험 합격자가 1000명까지 늘어났던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상당히 빠른 것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평균연령은 30세 남짓이다. 거기에 서울지검 검사-미국 코넬 LL.M-한동대 교수-경북대 교수로 이어지는 그의 경력은 남들이 질투할만 하다. 다만, 그렇게 잘 풀린 덕분에, 삶의 현장과는 괴리있는 목회자들에 대한 김두식의 문제제기는, 곧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로스쿨과 미국
김두식은 친미 기독교를 비판하였지만(pp.74-), 그 자신은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추종하고 있다. 최소한 명문대 학사 출신에(외국 박사도 적지 않다), 3년간 학비 1억원 이상 들여야 하고, 로스쿨 교수들의 수업으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신림동 사법시험 학원 강의를 들어야만 하며, 변호사가 되어도 대다수는 기업 평사원으로 입사하는 길을 걸어야 하는 제도를 '사법개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로스쿨 학생들이 김두식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예컨대 인권문제)에는 무관심하고 [형법요론](사법시험 수험서)만 눈에 불을 켜고 회독수 늘리려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김두식은 로스쿨의 현실을 보며 자신의 이상과는 다르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로스쿨은 김두식과 그의 동료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법과사회이론학회 등)이 설계한 그대로, 그리고 많은 이들이 제기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를 드러내며 굴러가고 있다. 어쨌든 자신(들)의 뜻대로 굴러가고 있으니, 문제점을 보거들랑 회개를 할 일이지 '기득권층' 탓할 것이 아니다.
아울러 나는 김선일에 대하여 비아냥대던 목사에 대하여 언급한 부분(pp.90-91)을 보며, "로스쿨 제도 시행되면 가장 불쌍해지는 인생이 박사과정 공부하다가 군대간 학생이다"라고 낄낄거리던 김두식의 동료교수 생각이 났다. 로스쿨 제도가 시행이 되면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사망선고를 받게 되니, 박사과정생은 그야말로 갈 데가 없다는 의미이다. 자신도 같은 과정을 거쳐 교수가 되었음에도, 후학들을 조롱하는 그 교수에 대하여 김두식도 나처럼 분노할 수 있을까.
김두식 교수, 그래서 동성애가 죄란 말입니까, 아니란 말입니까?
동성애자를 따뜻하게 대하는 것은 목회자들에게 맡기라. 법학자, 그것도 범죄와 형벌을 논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형법교수가 동성애에 대하여 죄인지 아닌지 판단을 하지 않으면서, 예수님 말씀을 핑계로 답을 회피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옳을 지 모르겠으나 형법교수로서는 직무유기이다. '평균적 목사'들은 신학교에서 문-사-철을 바탕으로 하는 신학 공부를 하느라, 성문법인 성경, 판례법인 여러 전통들을 검토하여 죄인지 아닌지 여부를 따지는 일에는 익숙치 않아 보인다. 김두식은 내면의 죄의 본성과 싸우느라 남의 죄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p.250), 정말 그렇다면 교수직을 사임하기를 바란다.
그나마 괜찮은 ‘서울’에 있는 교회
김두식은 경북대 교수인데,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주로) 서울 집을 떠나 대구에서 비싼 방 얻어 공부하고 있으며, 아마도 상당수는 대구지법 앞에서 개업을 하려 할텐데, 자신은 매주마다 서울 남산 기슭에 있는 교회를 출석하고 있다. 대구에는 그렇게 교회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