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와 '고맙습니다' 의 차이를 물어본 일본 분이 계셨다. 그 때는 두 단어의 차이점을 정확히 알지 못했고 발음하기 쉬운 '감사합니다' 로 외우시는 게 좋을 듯 하다고 알려드린 적이 있다. 책 <우리말 어감사전> 을 읽고 나서야 두 단어의 차이를 알았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뜻이라도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전해지는 이미지가 다르다. 외국에서 산다는 건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점도 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항상 신경쓰고 있다.
"언어의 의미란 어떤 방법론으로 접근해도 끝내 궁극을 드러내지 않는 불가지의 영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말과 글을 찾아다니며 풀이를 붙이는 일을 했지만 비슷한 말의 속뜻을 변별하고 정리해서 기록하는 이 작업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우리말 어감사전> 을 읽으면서 평소에 사용하는 단어에 이렇게 다양하고 깊은 뜻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강의와 강연과 연설의 차이점을 읽고 실제로 말할 때 정확히 구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설렁탕과 곰국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었다. 언어가 가지는 깊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비슷한 단어를 묶어서 예시와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덕분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책에 나온 표현들 중에는 아직 정확히 구별해서 쓸 자신이 없는 단어들도 있지만 필요할 때마다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일본어 표현을 포스팅하면서 받는 질문 중에 단어의 뉘앙스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다. 내가 공부해서 알고 있는 단어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사용하는 걸 보면서 귀동냥으로 배운 단어들도 있다. 정확한 뉘앙스 차이를 알려드리기 위해 일본어 사전의 내용을 몇 번이고 읽고 찾아보면서 알기 쉽게 설명하도록 노력한다. 이런 일들을 경험해서인지 <우리말 어감사전> 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된다.
"하지만 한국어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친구가 간섭과 참견의 차이가 무엇인지, 강의와 강연이 왜 다른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일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경험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는 일본 분과 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그 분이 飯(めし, 메시, 밥 또는 식사 라는 의미) 라는 단어를 말하는 걸 듣고 나도 그대로 따라했다. 그 분은 남성분이였는데 '메시' 라는 단어는 남성만 사용한다고 알려주셨다. 그 당시에는 창피했지만 절대 단어 의미를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버렸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을 한번에 전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없다고 해도 책을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짬짬이 살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본어 단어들의 차이점을 배우려고 일본어 유의어 사전을 들춰보던 경험을 생각하면 <우리말 어감사전> 과 같은 책이 계속 출판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의 부제목처럼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