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 언어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신비롭게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런 이중언어자의 뇌를 "해부"한 책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중언어자의 뇌는 단일언어자의 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똑같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 밝히지 못했을뿐 이중언어자의 뇌는 단일언어자의 것과 분명 다를 것이다.
어릴 때 그러니까 만 12세 이전에 다른 언어에 노출되면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은 확실히 더 좋은 것 같다. 즉 모국어 소리의 영향을 덜 받고 그 언어만의 독특한 소리들을 구별하고 그런 소리들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어릴 때 노출된 언어의 소리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뇌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으로 입양가서 한국어를 완전 잊고 살던 아이들이 처음에는 버벅대다가 나중에 가면 다른 아이들보다 한국어소리를 훨씬 더 잘 구분해낸다고 한다.
두 언어간의 서로다른 소리체계를 구분한다는 것, 이것이 어릴 때 외국어에 노출되면 좋은 거의 유일한 강점이다. 영어유치원, 그들이 광고하는 것만큼이나 효과가 있지는 않은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회화를 잘하려면 회화를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것은 완벽한 착각에 가깝다. 회화는 외국어의 열매와 같은 것이다. 읽기, 듣기, 쓰기가 탄탄해야 만족스러운 회화를 할 수 있다. 외국어 3개월 배우고 자신은 왜 회화를 못하는지 조급해하지 말아라. 회화는 3년쯤 뒤에 하겠다고 마음먹고 읽기, 듣기, 쓰기부터 잘해라.
사람들이 하는 또 하나의 착각, 단어만 알면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어는 맥락 안에 존재할 때만 의미가 있다. 뭍에 오른 물고기가 죽은 목숨이듯, 문장에서 동떨어져 덩그러니 혼자 있는 단어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그러니 제발 단어장 외우지 마라. 그리고 제발 단어를 문장으로 엮는 법 즉 문법을 알아라. 요즘 유행하는 문법무용론을 나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문법은 언어를 빨리 잘할 수 있는 요령인데 말이다. 단어장은 집어 던지고 문법책을 집어들 것! 이 책에서는 외국어를 한다는 것을 단어와 통사론(문법) 두개를 다 알아야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배운바로는 언어는 저마다 고유의 "맛"을 갖고 있다. 백인백색처럼 언어도 그렇다. 이 언어는 이부분이 좋은데 저 부분이 없어서 아쉬운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나 중국어는 정확성을 추구하는 언어라 가능한 정확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을 다한다. 정확한데 너무 딱 떨어져서 정이 없다. 반면에 한국어는 두리뭉실한데 때로는 그 두리뭉실함이 엄청난 매력이다. 세상에 더 좋은 언어는 없다. 아름다운 언어만 있을 뿐이다. 어떤 언어를 구사하느냐에 따라 내게 입혀지는 맛이 다른데, 이것이 내가 한국어를 할 때랑 외국어를 할 때 성격이 달라진다고 하는 경우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중언어가 심리발달에 주는 영향이다. 이부부은 기존의 책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던 내용이라 새로웠다. 이중언어자는 단일언어자보다 다양한 "관점"이나 "프레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반의 마음을 좀 더 잘 알아채거나 일찍부터 이런 능력을 발달시킨다고 한다. 또한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의사결정과정에서 감정의 지배를 덜 받으며 도덕적인 부분에서도 이중언어는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언어전문가들에게 흥미로운 책일 수 있겠으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따분한 책일 것 같다. 연구논문을 책으로 엮은 것같은 구성이라 읽기가 따분할 수 있다. 가설-연구-결론... 거의 이런 구성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서이므로 읽고 나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이 책은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