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태희
? 현대지성
제목을 보자마자 생각에 잠기게 했던 책이었다.
이 책은 과연 내가 원하는 답을 줄까 싶어서..
딱 지금의 나를 이야기 하는것같다.
모든 것이 즐겁지 않고 무료하다.
기운도 떨어지고 기분도 쳐진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은 그리고 대화하는 이들은
누구나 똑같이 이야기한다.
힘을 내라고 기운을 내라고....
이 사람들은 과연 내 말에 공감을 할까?
내가 어떤 기분인지 온전히 받아드리고 있는걸까?
난 더이상 끌어낼 힘이 없는데
왜 모두들 녹음파일을 틀 듯 같은말만 하는것일까?
마음은 알지만 그 마음이 온전히 받아드려지지않는
지금같은 때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부모에 이끌려 살았고 30대가 되어서는
내 선택에 의해 살았고 그냥 살았다.
별다른 것 없이 살아왔던 삶에
한 계기가 찾아왔고 난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게 우울증이라는
불청객을 보내주었다.
그 누구도 함께 하지 않는 나만의 여행.
작은 조각배에 몸을 싣은 채 나는
그들을 향해 괜찮노라고 소리를 질렀던것같다.
닿기나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견뎌온 삶속에 가장 듣기 힘든말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며 힘을 내라는 말이었다.
그럴수 없으니 내가 이러고 있는걸텐데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말들이란 생각에
서운하기만 할뿐이었다.
우울증은 세상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우울하고 짜증나는 마음을 가족에게
표현했다가도 혹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마음 조렸고 사람들간의 관계가 힘들어졌다.
남편의 단순한 응원들 조차도
나에게는 잔인한 상처라 느껴질 뿐이었다.
우선 나는 우울증 커밍아웃을 했고
친구들은 본인의 일처럼 말해주었다.
그나마 그것이 나에게는 위로아닌 위로가 되었다.
나는 자해를 하고 정신병원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지고 지친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하루를 잘 살고 싶은데 잘 살아지지 않는다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너무 속상하다고.
그런 내게 남편은 말했다.
"뭘 그렇게 고민해? 태어났으니 사는 거야.
잘 살려고 하지마. 그럼 힘들어서 못 살아."
세상에 하루를 의미 있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나면서 무사히 잘 지냈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 했다.
저자는 길던 머리를 단발머리로 잘라냈고
조금씩 우울증을 덜어내는 연습을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병상일기와 같은 책이다.
우울증을 갖은 저자는 끝내 완쾌되었다는
행복같은 이야기를 내어주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우울증이 생기게 된
계기부터 받아드리고 지내가는 과정만이
나열되어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읽고 나는 눈물이 왈칵하고 말았다.
마치 발버둥치고 살아온 내 모습같아서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살던 내 모습을
거울로 보는것만 같아서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하루를 흘려보내지만,
나는 조금씩 배우는 중이라고.
초라한 마음을 안고도 살아가는 방법과
힘을 빼고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고.
때론 굳이 잘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문득,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다가
헤어지던 중 친구가 내 손을 꼭 잡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너무나 잘하고 있다고.
나를 위한 삶을 살라고 말했던 내친구.
나는 모든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삶에 당신의 행복도 포함되어 있느냐고.
나의 자존감은 안녕하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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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