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백 소설의 묘미인가. 나는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집어넣을 생각은 없다. 그 대신 상대방의 논리에 이럴 수도 있는 것 아냐? 너의 생각에는 이런 빈틈이 있는데? 이 정도의 말을 하곤 한다.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받아들여지건 안 받아들여지건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인연을 계속 이어 나간다. 그런데 대부분 상대방에서 나를 탓하며 내 등에 칼을 꽂고 관계를 끊는다. 당연히 그럴 때마다 아프고 이해할 수 없어 심하면 며칠 동안 마음의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곤 했다. 요즘은 나이를 먹었는지, 별의별 일 다 겪어봐서 그런지 반나절이면 회복하는 것 같다. “이해할 수 있지만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속으로 내뱉으면서 말이다.
<여성의 설득> 페미니스트의 책인 줄은 알았다. 그들의 생각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100%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처음 시작부터 딱 페미니스트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 역시 페미니스트 책이네. 페미니스트 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거의 비슷한 패턴의 전개와 비슷한 패턴의 결말을 갖고 있어 뻔하기에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 책도 그렇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페미니스트라는 요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페미니스트 세상 속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나쁜 남자 속에서는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 있고 다양한 여성들이 있듯이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남녀 사회나 페미니스트 사회나 모든 사회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그 다양한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 살아야 하는지 삶을 오래 살아본 어른의 시선이 있었다.
인생이든 경기든 게임이든 무엇이든 길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낙천적이고 많은 사람과 같이 가야 한다. 낙천적인 사람들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붙게 되어있고 즉 낙천적 사고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삶을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봤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나에게 일어난다. 잘 이겨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페닉에 빠지거나 복수, 자살 등등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는 과정까지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자기 본연의 삶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 초기에 빨리 회복하지 못하면 자기 삶이 자신의 컨트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멀리 바라보고 시야를 넓혀서 천천히라도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 그 심각했던 시기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너무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내가 낙천적이라 그런가? 나는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감사하고 모든 것들이 귀하다. 새로운 것을 들이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고,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버려서 정말로 나에게 필요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려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설득>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라 받아들였다. 생각보다 괜찮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