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주변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폭행을 하고 살인을 한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세상은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험상궂다. 어릴 때는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인 것 같았는데,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돌이켜보니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았고 나 또한 그들에게 당했으며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일반적인 인간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럴까 모든 것이 측은하고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마농의 샘 1>은 마농의 어릴 적 이야기로 토착인과 외지인의 문제, 가문의 문제, 개인 문제 등등 기본적인 배경 설명과 곱추 장 드 플로레트, 파페 세자르 수베랑, 갈리네트 위골랭의 유산 문제 대립에 관한 문제이다. 보통 악역을 미워하기 마련인데 난 장을 괴롭히는 파페와 위골랭이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곱추인 장이 불쌍했고 제발 샘을 찾았으면 하고 간절히 응원하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소설 속에서도 나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주목한 점은 마을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곱추 장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와주더라도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도와주었고 그것도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안 도와준 이유는 다양하다. 수베랑 가문이 그 마을에서 강력한 가문이었고 남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관례였고 싫어하는 옆 마을 사람이었고 파페가 힘을 썼었고 일반인이 아닌 곱추 등등 다양한 이유에서였다. 파페와 위골랭이 가장 잘못한 것은 맞지만 마을 사람도 일반적인 모든 사람들도 잘못에 어느 정도 손을 담그고 있다.
사람들은 어딘가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고 인간은 어딘가에 미치지 않고서는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땅에 미치든 돈에 미치든 명예에 미치든 어딘가에 미친다. 젊을 때는 시야가 좁아서 정말 망아지같이 달려든다. 늙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품위를 갖추고 미치게 된다. 늙어서 젊은 사람처럼 미친다면 나이만 먹은 갓난아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아닌것이다. 어른인 파페는 위골랭이 더 미치도록 충동질한다. 무엇이 파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나 또한 늙을 것이고 파페처럼 늙지 않으려고 반성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도 소중하지만, 주변을 보며 도와주려는 어른이 되고자 한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고 빛이 모여서 볕이 되고 소망이 모여 희망이 된다. 남 탓, 주변 탓, 나만 편해지고자 이기적이 되지 말고 다 같이 잘 살아야 할 것이다. 장의 결말이 나의 모습인 것 같아서 가슴 아팠고, 이 소설의 끝이 해피엔딩이 되더라도 마냥 좋아만 할 수 없을 것만 같지 않아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