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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eBook]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을 읽고 나서 리뷰를 쓰겠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줄거리가 잡히고 주제가 정해진다. 대부분의 작가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투영해서 글을 짓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애매한 책들이 있다. 역사소설이다. 소설을 읽기 전에 그 소설의 줄거리를 먼저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긴 자의 소설이기에 선악도 분명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로 봐야 하는지, 고씨 가문 이야기로 봐야 하는지, 한국 역사소설로 봐야 하는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봐야 하는지, 이념소설로 봐야 하는지 등등 애매했다.

 

읽는 와중에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혼란스러웠다. 예를 들면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이 되었다가, 착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 되었다가, 참이 거짓이 되었다가, 거짓이 참이 되었다가, 웃기기도 하다가 슬프기도 하고 슬프다가 웃기기도 하고, 종교를 비판하기도 하다가 종교를 옹호하기도 하고. 혼란한 사회가 사람을 홀려 혼란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혼란한 사람들이 모여서 혼란한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사람을 떠나보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3일장이든 4일장이든 정신없이 진행되고,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며 흙으로 보내 뒤에야 끝이난다. 계속 슬픈 것도 아니고 슬프다가 웃기다가 슬프다가 웃기다가 반복을 하고 몸은 힘든데 힘이 나기도 하고 정신을 쏙 빼놓는다. 보낸 사람에 대한 나쁜 감정도 좋았던 감정도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그저 그 사람과의 직접적 만남은 이제 끝나 내 기억 속에서만 남는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는 내내 주인공 고아리와 같이 장례를 지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장례를 많이 지내고 접하고 하면 세상에 대한 것에 조금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 주관도 없이 흐리멍덩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주관은 있지만 강력하게 추구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들도 그럴 수 있겠다 수궁이 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처럼 엄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울며불며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순응하면서 남들과 다른 자신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게 되는 것이다. 주변 어른들을 보면 이해심도 부족하고 화도 많고 막무가내도 많은데 나는 그들과 다른 어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웃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왔다 갔다 하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후퇴했다가 다시 전진하려면 말이다. 실패했다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시도하고 노력하고 울다가도 힘을 내어 웃으며 달려야 한다. 어떻게든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찾을 수 있다면 못 할 것이 무엇이랴. 운 좋게 세상에 나왔으니 하나뿐인 인생 그저 즐겁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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