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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eBook]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매형이 책장에 있던 종이책이 <총, 균, 쇠>였고, 읽어보겠다고 들고 왔으나 반만 읽고 계속 책꽂이에 있던 책이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처럼 그렇게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전자책으로 나왔으니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계속 읽을 만한 책이다. 어느 정도 사전 지식도 필요하고, 학부 전공 서적을 읽는 느낌이라 계속 읽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전자책으로 나와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사람마다 자기와 맞는 작가가 있는데, <총, 균, 쇠>의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다.

 

어릴 때도 지금도 나는 기분파, 감정파, 낙천적, 웃음이 많다. 눈물도 많고 감성적이며 실수도 잦고 즉흥적이다. 나이만 먹었지, 머리도 마음도 아직 아이 같은 구석이 있다. 몸과 마음이 비슷해야 하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릴 때는 설명이 잘되지 않았고 흥분도 잘해서 억울하고 화가 많았다. 눈높이 학습처럼 나에게 맞는 교육이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그런 상황도 안되었고 나와 상극의 엄마였기에 애착 관계도 나 자신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환경 탓을 엄청나게 했다. 엄마 탓도 많이 했고 나 스스로의 문제보다는 주변 탓만 해댔다. 틀린 것만은 아니다. 환경이 좋았다면 지금의 나와 다른 내가 되었을 것을 확신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내 본모습이 아니라 위선이랄까 좋은 방향으로 나 자신을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말이 좋은 방향이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나만의 성벽을 친 것이다. 이 방향성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한 번뿐인 인생 아쉬울 뿐.

 

게임으로 비유해 보자. 검사가 있고 궁수가 있고 마법사가 있다고 하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검사가 마법을 쏘고 마법사가 검을 쓰면 어떻게 되겠나. 망했다고 다시 키워야 할 것이다. 적어도 검사가 활을 쏘거나 궁수가 마법을 쏴야 맞을 것이다. 내가 그 게임속  망한 케릭터다. 게임 속이면 삭제할 텐데 인생이라서 리셋이 안 돼 이렇게 계속 삶을 이어 나가고 있다. 똥망케릭이라서 그럴까 엄청 느리고 효율도 떨어지고 어디가 모자라 보인다. 아 인생!

 

다행일까. 원래 가지고 태어난 것이 좋아서 그럴까! 남들이 뭐라고 해도 헤헤 거리며 자기의 길을 간다. 주변 사람들 속 터져도 “냅둬유~ 앞으로는 가잔유~” 하면서 제 갈 길 간다. 어릴 때 충청북도로 이사 온 것이 다행이다. 여기 사람들도 그리 빠르지 않으니 다행이다. 하여튼 우울한 때도 있지만, 한번 울고 더 많이 웃는다. 환경 정말 중요하다. 맹모삼천지교, 좋은 친구 만나라, 좋은 사람 속에 있어야 성공한다 등등 진짜 맞는 말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말한다. 환경이 그 사람을 만들어 나간다고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인종이나 유전학 등등 무엇이든 그것보다는 환경이 중요하고 그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고. 강한 부정은 가정 긍정이라고 했던가? 그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꼭 환경만이 다가 아니라고.

 

남 탓만 했던 내가 어느 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뛰어났으면 이렇게 되지 않지 않았을까?” 능력주의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환경이 비혹해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죽을 각오는 안 돼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했으면 어떠했을까? 너무 늦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늦었던 빨랐던 가야만 했다. 느린 상태였고 나와 맞는 길이 아니었지만, 가야만 했다. 그게 내가 사는 길이었고 그 미래가 밝지 않더라도 말이다. 왜냐면 그게 내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어느 순간도 있었다. 그것이 나를 소모하고 내가 힘든 길임을 앎에도 들어간다. 하지만 사람들을 도와주면서도 돌아오는 것은 욕과 피해뿐었다. 나중에 내 뜻을 알아주겠지 생각하지만 대부분 알지 못한다. 그것이 슬프고 마음 아파도 퍼즐의 한 부분인 것처럼 나도 모르게 자석같이 착하고 들어가 있다. 전쟁 한복판에서 바보같이 웃긴 춤을 추고 있다. 사람들이 우습게 봐서 그게 너무 싫었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일 시키고 낮게 봐서 싫었다. 엄마에게 화도 내고 성질도 부려보았다. 엄마만은 날 인정해 달라고. 큰아버지 제사 때 강아지가 날 쫄병 취급하면서 이것저것 들어달라고 짖고 긁어댈 때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개아이(?)도 이럴진대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그렇게 태어난 거구나.”

 

세상엔 너무 다양한 요인들이 많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도 일리가 있고, 더 많은 요인이 모여서 가족, 사회, 국가를 이룬다. 그렇게 부정하는 그 요인도 맞을 수도 있다. 무엇을 경계하는 줄은 아는데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에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고 서로 더불어 살아야 한다. 역사를 보면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으니 말이다. 좋은 인문학, 역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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