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 과학책을 많이 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학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과학과학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이념을 남들에게 강요하려는 현실에 대한 반작용인지 아니면, 챗GPT나 메타버스, AI, 자율 운전 등등 미래로 향해가고 있는 과정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과학에 눈이 많이 갑니다. 이과를 나오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해서 간 것이 아니라, 이과와 문과를 고민할 때 담임 선생님께서 이과가 취업 자리가 많다고 이과를 추천하셔서 이과에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이과보다 문과에 더 맞기에 좋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유시민 작가님만 봐도 문과와 이과는 다르다는 확신을 다시 한번 합니다.
유시민 작가님께서는 쉽고 자세하게 독자들에게 설명하시려는 듯 글을 쓰십니다. 평소의 논조인 어렵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고, 남들이 알게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일 가능성이 크다는 방식으로요. 저도 어느 정도 동의 합니다. 내가 하려는 것을 남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이고 그 방식이 주위 사람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분명한 인생을 살게끔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도 애매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신뢰가 가지 않으며, 인생 자체도 애매하게 살아갔습니다. 그래서 저도 '분명하게 하자', '남들이 예측할 수 있게 하자', '나임을 오롯이 들어내자'라는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말을 현란하게 하는 사람들이나 외모가 좋은 사람들의 겉모습이나 기술을 보지 않고 그 사람이 행동,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을 보며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했음에도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많았고, 인간 참 알 수 없는 동물이라 생각했는데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고, '사람을 너무 믿지 말자'나 '자신도 너무 믿지 말자'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말이 과학 공부지, 과학을 핑계 삼은, 과학을 인질 삼은 인문학책이었습니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귀엽고 웃음이 나오는 책이었습니다. 앙증맞은 유시민 작가님.
과학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잘 모릅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관계이기에 연관성은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엄청난 간극이 존재합니다. 과학과 인문학은 더 떨어져 있고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되겠지만, 오히려 상당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니 서로 공존하면서 발전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과학이 저만치 먼저 가 있기에 이제는 인문학이 뒤쫓아 가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빨리빨리 달려서 남들보다 먼저 더 높이 너 멀리 갔지만, 주변을 보지 않았기에 이번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인지 동물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사건들이 지금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해결하지 못한다면 더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과학 지상주의, 자유 지상주의, 경제 지상주의, 발전 지상주의도 좋지만, 사람을 생각하고, 책임을 생각하고, 분배를 생각하며, 안전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유한하며 변화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다 같이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내가 아니 모두를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