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의 장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겪어서 동글동글해진다는 것이다. 젊을 때 아무리 날고 기던 사람들도 나이를 먹으면 찬찬해지고 무던해진다.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몸도 마음도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죽어간다는 것이다. 젊을 때는 생기가 부럽고 젊을 때 마음이 좋다가도 그 지나온 세월이 하나하나 아픔이어서 다시 현재를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미래가 우울해도 어쩔 수 있나 젊었을 적 미래가 지금인 것을, 그냥 받아들이자. 나도 너도.
미·중 갈등이나 우리나라의 미래니 이런 생각 없이, 싸면서도 현재를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서 대여하게 되었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생각보다 좋았고, 우리나라 큰일 났다였다. 왜 그렇게 우리나라가 일본을 도와주고, 왜 그렇게 미국을 찬양하고, 중국을 비난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미래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 성공하더라도 큰 이득을 못 얻으며, 실패했을 때 어느 나라보다 더 큰 화를 입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누구를 욕하랴. 다수의 국민이 뽑은 사람인데 받아들여야지.
영국의 브렉시트 때도 그 순간 사람들은 어디에 미쳤는지 EU 탈퇴를 선택했고, 선택한 이후 바로 후회를 했으며, 지금까지 그 후폭풍을 감당하면서 국민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거의 비슷한데 30%의 고정된 지지자들만이 찬성하는 지지율로 국정을 끌어 나가고 있다. 욕먹을 짓을 하면 욕을 먹어야 하는데 도리어 욕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니, 계속 자기 마음대로 갈 것으로 예상이 된다. 누가 잘못된 것일까? 그 사람인가, 그 사람을 뽑은 사람들인가. 난 후자라고 본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일을 볼 수 있는 내가,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나이가 된 내가 있기 때문이리라. 어떤 사람들은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봤어도 본체만체할 것이다. 처음에는 화가 나고 답답했는데 이제는 나쁜 일도 좋은 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고,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처럼 멍청하게 수영이나 하고 있다. 어쩔 수 있나 공부를 안 하고,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자기만 알고, 돈, 돈거리는 사회인데 받아들여야지. 안 받아들인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무덤덤해졌다. 늙고 있는 것이다. 나도 사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