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소설은 어렵다 "미학의 경지에 이른 소설언어!" "아름답고 정감있는 토속어로 한국인의 현재적 모습을 가장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어떤 경의를 표하더라도 충분치 않을 것!" 책을 들자 가장먼저 눈에 들어온 표지의 문구들이다. 하지만 『내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의 첫 번째 단편「장평리 찔레나무」를 읽고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어렵다는 것이였다. 나의 언어의 길이가 짧아서임이 분명했으나 도대체 무슨말인지 이해할수 없을 정도의 충청사투리는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 자리에서 「장평리 찔레나무」라는 소설을 3번연속해서 읽었지만 도무지 무슨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외국언어로 된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쭈욱 거기에서 자랐고 소설이라 해서 읽은 것은 표준어로 된 현대문학과 전라도 사투리도 된 것들. 이런 나에게 이문구의 소설 『내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는 하나의 어려운 시험처럼 느껴졌다. "홍시의 붉은 단물을 쏙쏙 빨아 삼키듯 읽게 만드는 문체의 힘" 이라는
신경숙의 리뷰와는 달리 한편한편 읽는 나의 얼굴은 점점 이그러졌고 결국에는 충북청주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단어와 문장을 하나하 불러주며 번역아닌 우스운 번역을 부탁했다. 삼일동안 그렇게 나는 이문구와 씨름했다.겨우 한번 통독같은 정독을 하고 땀을 닦을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책을 잡았을 때 비로소 "이문구의 소설이 지니고 있는 매력이 그의 독톡한 문체에 있다는 사실은 구태어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이틀 뒤 세 번째로 그의 소설을 펼쳤을 때 소설속
대화의 묘미는 거의 맹독수준임을 깨달았다. 끝끝내 눈을 뗄수없을정도로 나는 그의 나무들과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력히 추천한다. 한번 읽어보고는 무슨말인지 알수 없다고 책을 덮지마라. 적어도 3번만 읽으면 당신은 이문구를 아니, 그의 언어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시방 뭔 소리여. 저수지 옆댕이루 왔다는 소문 듣구 대번에 알아본 사람버러. 앞으루 땜이 하나 더 생기면 그 물은 농업용수로만 쓰게 되니께 각종 위락시설이 쫙 들어슬껴. 앞으로 월마까장 뛸는지 암두 물르는 디니께 암말두 말구 몇 년만 더 붙잡구 있어. 거기 존 디여. 존 디루 잘 골랐다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