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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도서] 우리 동네

이문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작년 이맘때 이문구의 <<내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그의 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했었다. “어렵다” 무슨 외서라도 읽듯이 하나하나 번역하며 읽어야했던 그의 소설. 답답한 가슴을 쥐고 시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소설이었다. 다섯 번 정도를 읽고서야 아주아주 겨우 감이 왔었다. 1년이 지난 뒤 다시 그의 또다른 소설을 읽어야 했을 때 덜컥 겁이 났다. 다시 5번을 읽어야 하는가!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우리동네 김씨를 읽기 시작했을 때 의외로 술술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폭포 떨어지듯 쏟아지는 충청도 사투리들의 뜻을 정확하게 알순 없지만 대강의 의미를 짐작할 수는 있었다. 이제 그의 소설에 대한 나의 정의를 바꾸려한다. “그의 소설은 어렵다”에서 “그의 소설은 조금 어렵다” 로. 어쨌든 어려운건 어려운 거니까. 그럼 이제부터 나는 느낄 수 없지만 그의 소설에서 발견되는 언어적 묘미와 매력을 살펴보자. 일단 <<우리동네>>라는 소설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이문구의 언어 구사력은 당연히 ‘충청도 사투리’이다. 그의 충청도 사투리 솜씨는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하지만 412쪽이나 되는 소설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 생긴다. 다른 작가들은 그의 사투리를 ‘미학의 경지에 이른 소설언어’ 라 말하지만 일반 독자들도 그렇게 느낄까. 물론 내가 무지하여 그의 소설을 이해하지 못했음이 틀림 없지만 이 소설에 쓰인 너무나 많은 사투리 때문에 독자들은 소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려버리게 된다. 오히려 내용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수십번 읽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에 적응되었다면 끝없이 펼쳐지는 그의 언어가 감동으로 다가올테지만 과연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무솔이 부락으로 뚫어나간 긔내를 따라 개울녘 둔치에 늘어선 미루나무 잎새들이 반짝거리고 볶이며 내뿜은 훈김에도, 파슬파슬하게 타 들어간 물길 옆의 갈밭에서는 빈 차 지나간 장길처럼 읽은 흙이 일었다.’ <<우리동네>> 첫 번째 소설 <우리 동네 김씨>의 첫 구절이다. 아무사람이나 붙잡고 한번 물어보자. “이해할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대답은 “아니요”이다. 가만히 생각하며 이 구절을 수십번 되씹어 본다면 짧은 이 한구절에서 느낄수 있는 언어적 희열은 매우 큰것이지만 거기에 도달하지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림은 분명하다. 이문구의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언어적 매력은 신기할 정도로 매끄럽게 표현된 각종 수사법이다. ‘^집은 닭 울 만해서 내다보면 영낙 읎겄구먼그려^ 하고는, 닭 잡는 데 움딸 온 집 며느리, 뜨물 받다가 바가지에 금낸 말투로 속있는 소리를 덧붙였다.’ 와 같은 재치있는 표현이 아주 많다. 그 며느리 얼굴이 금새 떠오르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부면장은 당장 잡도리할 듯이 눈을 부라리며 언성을 높였다’ 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다른것과 비겨서 그 상황이나 표정을 확실하게 살려내며 독자에게 생생한 화면을 제시한다. 또 이문구는 어떤 상황을 두 번 돌려 말하는데 탁월한 것 같다. 직접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제시가 독자들로 하여금 ‘하하하’라는 통쾌한 웃음이 아닌 ‘풉!’하고 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웃음을 준다. 이것은 아무래도 사투리의 도움이 클 것이다. 물론 우리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사투리 였을 때 말이다. 어쨋든 이문구의 소설을 읽으며 농촌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의 고통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지만 농가의 삶을 살펴보려고만 했다면 나는 이 책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더 흥미롭고 읽기쉬운 책을 골라 농촌현실을 더욱 확실하게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동네>>를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써놓은 신비에 가까운 언어들과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입담 때문일 것이다. 나도 다른 이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는 그의 사투리를 제대로 즐기며 <<우리동네>>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들도 모두 읽어보고 싶다. 아니, 느껴 보고싶다.

[인상깊은구절]
특별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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