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다른 변이를 생성하며 다시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지금. 코로나라는 재난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궁금해져서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전염병을 비롯해 수많은 자연재해까지 다루고 있지만 이 재난이 왜 그리고 어떻게 발생하는지 어떻게 하면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게다가 코로나가 터지기 전 2015년도에 쓰였고 이후에 서문이 추가됐을 뿐이어서 조금 아쉬웠다.
사실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재난이란 것 자체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니까. 지진, 가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와 다리가 무너지거나 배가 가라앉거나 사람이나 산업이 만든 인공재해 또한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이런 재해를 딛고 일어나는 속도와 회복 가능성은 모두 달랐다. 그 회복력은 정치 또는 권력 그리고 개인과 나라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렇지 않은 약자에게는 전혀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해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 큰 산불을 겪은 동해안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또, 코로나가 터졌을 때 마스크를 제때 구하지 못한 경제적 약자들은 외출조차 하지 못했으며 간이 검사 키트도 구매하지 못했다. 책에서 나온 뉴올리언스에서처럼, 큰 태풍이 지난 후에 어떤 집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만 어떤 집은 그럴 수 없다. 밀려나서 결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금세 돌아와 이전에 누리던 삶을 그대로 또는 비슷하게 누리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재난은 전혀 평등하지 않았다.
재난후에 도움이 필요한 국가나 개인에게 정치적으로 중립을 가지고 대해야하는 것과 군대를 대동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충분한 상실을 겪을 시간도 주지않고 제자리로 회복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토론을 위한 도서로는 부족하나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였고 좋은 기회였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라는 말이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
-재난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은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게 자연 발생하는 지구의 리듬에 아무리 겪어도 자연의 움직임을 도저히 예상 못 할 것 같은 인간 사회의 리듬을 엮어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자연이 인간 본성과 만날 때 재난은 불가피하다.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은 셀 수 없이 많은 사회적 병폐와 경제적 재난이 발생하는 원천이다. 이는 우리 시대가 맞닥뜨린 거대한 도전 과제다. 재난으로 이익을 챙길 기회를 제거하는 것은 부정의를 바로잡는 일일뿐 아니라 멀어져 가는 우리 서로를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겨 주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