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여울물 소리'에 담긴 뜻은...

 '여울물 소리'를 읽노라면 어떤 기시감을 느끼게된다.그도 그럴 것이 여울물 소리는 전작 오래된 정원과 많은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 사람을 향한 오래된 그리움과 기다림이 주된 소설이라는 점이 그렇다. 두 작품 모두 사랑하는 이를 오래도록 기다리는 한 여인이 주가 되는 이야기다. 그리움을 낳은 남자가 커다란 역사적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도 그렇다. '오래된 정원' 에선 남자가 광주 항쟁에 연루되어 있었다면 '여울물 소리'에서 남자는 동학 운동에 연루되어 있다. 한동안 함께 했던 그 짧았던 만남이 평생...

2020.02.28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흐르는 강물에 어찌 접속사가 있으랴!

 김훈의 소설은 '흑산'이 처음이다. 그의 첫 작품이자 기행산문집이기도 한 '풍경과 상처'는 본 적이 있지만 소설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모처럼 읽게 된 그의 소설 '흑산'은 그의 문학적 여정이 아직 그 첫 산문집으로 부터 그리 멀리 나아가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그는 여전히 길 위에 서 있었고 마치 눈 위에다 발자국을 꾹 꾹 찍듯이 써낸 그 하나로 온전한 문장들도 여전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머무름과 떠남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듯 했다. 차이가 있다면 '...

2020.02.28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몸소 부대끼며 함께 축적한 시간의 척도로 헤아리기!

 어느 날 그녀가 내 삶에 들어왔다. 누군가 키우는 걸 더는 감당할 수 없었는지 상자에 넣어 두고 간 고양이들 중 하나였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본 순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어서 고민 끝에 삶을 동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2020.02.23 공감 횟수 1 댓글 수 1

리뷰 지나가는 양반님네들 이녁 얘기 한 번 들어볼랍니까?

  훠이, 이보시오. 삼삼오오 등불 밝힌 이 책방 마을 유람오신 여러 양반님네들. 이 추위에 강녕하시고 유행하는 독감엔 무탈 하신가요? 갑자기 어디서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뛰쳐나와서는 냅다 인사를 해대니 놀랐을 것이오만은 오늘은 내 긴히 소개할 책이 하나 있어 이렇게 무례를 무릎쓰고 한 말씀 올리려 나왔으니 너무 책망하지 말아주시면 고맙겠오이다. 한데 이런 표정들을 보아하니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조용히 산보삼아 지나가려는 발걸음을 이리도 억지로 붙드는 것이냐며 곧 일갈하실 듯 하니 제 불쌍한 엉덩짝 눈치...

2020.01.31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롹스피릿이여 우리를 굽어 살피소서!

 기다려, 아직 때가 아니야. 뭐든 적당한 온도라는 게 있는 법이야.  더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놔 둬. 좀 더 살고 싶다고 부글부글 용솟음치는 열정을 단번에 제대로 빨아들여야 면발이 더 한층 쫄깃해지는 법이거든. 어이, 비웃지마. 이타미 주조의 영화 ‘담뽀뽀’ 못 봤어? 그렇게 라면 하나 끓이는 데도 인생이 담겨져 있는 거야. 거기 이런 말이 나오지. “적절한 타이밍은 완성된 인생을 선사한다.” 정확한지는 모르겠네. 아무튼 이런 비슷한 분위기의 말이야.  적절한 타이밍... 과연! 인생에...

2020.01.31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졸고 있는 신 앞에서 심장이 타버리는 순간을 떠올리다...

  김경욱의 소설집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라는 먼 길을 걸어간다.    거기에는 총 9개의 정거장이 있는데 그 중 둘은 크고 나머지는 고만고만하다. 여정은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란 역에서 시작하여 '아버지의 부엌'이란 역에서 끝난다. 두 개의 커다란 역은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란 역과 '하인리히의 심장'이란 역이다. '하인리히의 심장' 역은 일종의 분기점으로 거기서 내가 탄 열차는 선로를 바꾸게 될 것이다. 거기서는 픙경마저 달라진다. '신에게는 손자가 없...

2019.12.31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모든 곳이 광장이 되고 모든 순간이 투명한 대화가 되는 그 곳으로...

 누구나 저마다 자기만의 꿈이 있는 것처럼 살고 싶은 사회가 있다.  현실이 아프면 아플수록 이런 통증을 가급적 줄여줄 수 있는 사회를 꿈꾸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던 이상향 또한 알고보면 이런 소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9.12.10 공감 횟수 9 댓글 수 14

리뷰 타인의 앞이 아니라 옆에서 동행하는 것에 대하여... (2)

-1권 리뷰에서 계속 그렇기에 작가는 이 소설의 부제인 ‘아모르 마네트’가 뜻하는 것과 같이 ‘사랑’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랑은 타인 앞에서 나를 낮추고 나를 열어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가장 대표적인 행위가 아니던가! 사랑이 진짜 자유에 이르는 길이었다. 나보다 약한 사람과...

2019.10.30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타인의 앞이 아니라 옆에서 동행하는 것에 대하여..(1)

 때로 한 권의 책이 내가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세계를 여지없이 진동시켜 완전히 새롭게 보도록 만드는 경우가 있다. 김진명 작가의 신작 소설인 ‘직지’가 정녕 그러했다.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라는 건 중학교 때 국사를 배운&nbs...

2019.10.30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조선 후기, 거대한 사상의 충돌 속에서...

 조선 후기, 오늘 날 우리나라의 기독교를 낳게 한 서학이 들어왔다. 건국 이념이었던 성리학의 지배를 줄곧 받아왔던 조선에게 서학이 말하는 것은 자신이 알고 들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으로 그건 한마디로 경천동지할만한 것이었다. 제9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서철원의 '최후의 만찬'은 바로 그런 사상의 혼란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성리학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로 이용했던 조선의 지배자들은 당연히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 곧 탄압이 가해졌고 서학을 믿는 자들은 목숨을 잃었다.  소설은 그러한 죽...

2019.10.16 공감 횟수 1 댓글 수 1

리뷰 저마다 간직한 사연의 손들이 맞잡는, 겹침의 여정

  손홍규. 그의 글은 처음 읽는다. 잘 마른 손수건이 되어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는 사람.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은 그런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위로를 건네는 건, 그가 강해서도 마음이 넉넉해서도 아니다. 이 책에 실린 '대학 시절'이란 글을 읽어보면 잘 알겠지만 그는 신산한 삶을 살았고 살고 있으며 우리처럼 연약하다. 그런데도 위안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건, 그 아픔을 자신 역시 겪었기에 그것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알기 때문이다. 버스 ...

2019.03.08 공감 횟수 2 댓글 수 0

리뷰 미약한 우리들은 어떻게 우리의 존재를 보전할 수 있는가?, 그 대답을 찾는 여정의 집대성(集大成)…

 성석제의 소설은 내게 일단 친근하게 다가온다. 내 처지와 비슷한 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삶의 중심에서 밀려난 자들. 깃털 같은 존재감으로 아무런 관심과 인정의 빛을 받지 못하고 언제든 아무 자취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어 불안하고 아픈 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없어질 수 없다는 오기로 마치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처럼 더 존재하려고, 아니 존재해야 한다며 안간힘을 쓰는 자들. 이는 분명 나와 닮은 모습으로 나는 성석제의 소설에서 동병상련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의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다...

2019.02.17 공감 횟수 5 댓글 수 2

리뷰 더 이상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종말의 세계를 그리다...

조나단의 '사냥꾼들'은 멸망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에게 갑자기 좋지 않은 일이 닥친다. 언젠가부터 제대로 된 애를 낳을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 열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삭둥이거나 태아의 상태에서 정지하여 오전한 인간으로 자랄 수 없는 돌쟁이 뿐이다. 여성 또한 더이상 애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고 만다. 아주 희박한 확률로 출산이 가능한 여성이 존재하는데, 소설에선 그걸 두고 '진짜배기'라 부른다. 말하자면 미래에 대한 모든 희망이 소멸된 세상이다. 그런 곳이 되어 버렸으니 이전에 존재하는 사회는 더이상 유지될 수 없게...

2019.01.26 공감 횟수 3 댓글 수 0

리뷰 사물화에 맞선 인간의 증명...

 최근에 이사를 했다. 마침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는 시점과 맞물리는 바람에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머물 곳 하나 마련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기회가 되었다.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인 '작별'을 읽으면서 심히 공감하게 된 건 그런 내 사정이 단단히 한 몫했다. 여기엔 본상을 수상한 '작별'에 수상작 후보로 선정되었던 다른 여섯 편의 단편까지 더하여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는데, 물론 모두 각각 다른 시간에 다른 지면으로 발표되었을테지만 어쩐지 내게는 마치 모든 작가가 미리 합의라도 ...

2018.12.31 공감 횟수 2 댓글 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