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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도서] 인형

대프니 듀 모리에 저/변용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대프니 듀 모리에 소설을 좋아한다. 

 출간된 건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이번에 또 그녀의 책이 하나 나왔다. 25세 이전에 쓴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제목은 <인형>. 그녀가 작가로 공식 데뷔한 때는 1931년으로 <THE LOVING SPIRIT>을 발표했을 때다. 1907년 생이니 그녀의 나이, 25세 때의 일이다. 그러니까 <인형>, 이 책엔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 쓴 작품들이 모여있는 셈이다. 




 작가라면 누구가 습작의 시기를 거치기 마련이다. 바로 그 시기가 이 책엔 담뿍 담겨 있는 것이다. 수록된 단편은 모두 13. 일일이 다 소개하는 것보다 총평을 하는 것이 읽는 여러분들에게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더 수월하게 알려 줄 수 있기에 좋은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작가에겐 한 평생 숙제처럼 풀어야 할 하나의 의문 같은 것이 있으며 그걸 자신의 작품을 통해 반복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해왔다. 이번에 <인형>을 읽고 보니 대프니 듀 모리에도 여기에 속하는 작가란 걸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녀만의 특성이라 여겼던 것들이 <인형>을 보니 이미 습작 시절부터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메이카 여인숙>이나 <새> 혹은 <레베카>를 읽어본 분은 잘 아시겠지만 그녀 소설의 주인공은 자주 돌연 낯선 세계에 편입된다. 그건 뜻밖의 인물 출현 때문이기도 하고 예기치 못했던 상황의 엄습 때문이기도 하다. <인형>의 단편들도, 첫 단편 <동풍>부터 시작하여 그런 설정이 꽤 많이 등장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변화가 주인공 삶에 남긴 의혹과 생채기를 생생한 심리묘사와 함께 재현하는 것. 이것이 대프니 듀 모리에의 매력이기도 한데, <인형>부터 그건 선명하게 잘 살아나 있었다. 또한 표제작이기도 한 <인형>은 그녀의 대표작이자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영화로도 만든 바 있는 <레베카>의 원형이 되었을 것 같은 작품이다. 낯선 상황 속에서 자신이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한계를 절감하는데서 오는 우울의 묘사 또한 대프니 듀 모리에를 따라올 수 없는데, 그런 것이 아주 잘 살아나 있는 단편으로 <레베카>를 좋아하신다면 분명 흥미롭게 읽을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인형>은 그녀의 소설들을 좋아한다면 아무래도 그녀의 첫 시작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만족할 정도로 그런 초상을 잘 보여주는 단편집이라 하겠다. 13편이 수록되었지만 단편의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아 작은 판형으로 320여 페이지 밖에 안되니 부담없이 만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더욱 대프니 듀 모리에를 좋아한다면 놓칠 수 없는 단편집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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