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폭발하여 죽는 동안 60여 개의 원소가 탄생한다.
금과 은, 온도계에 집어넣는 수은, 원자폭탄을 만드는 우라늄...
그리고 우리 인간까지 모든 존재가 별의 자식이다.
우리 모두는 13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똑같은 우주 계통도를 공유한다.
아프리카의 대초원에 사는 사자의 형제이자 라벤더 꽃의 사촌인
우리 인간의 몸속에 우주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 145p
우주에 대한 대중 기본서들이 의외로 참 많다. 나도 몇 권이나 가지고 있는데, 그럼에도(물론 다 못읽었다;;) 우주 이야기는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재미있어서 이기는 하지만, 머릿속에서 자꾸 사라진다는 함정 때문이기도;
이 책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의 천문대에서 거대한 천체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내다보는 천체물리학자가 집필했다. 망원경이 사용 가능하도록 조정되는 동안 주변을 거닐며 사유하는 저자의 모습이 글줄에 담겨 있다. 그래선지 그 짧은 시간에 그가 우주와 지구와 인간과, 인간이 지나온 역사를 사유한 데 대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책에는 우주의 아름다운 사진뿐 아니라 그에 대한 인간들의 생각을 녹여낸 시와 그림들도 함께 실려 있어 무척 감상적인 느낌이 든다. 하와이 마우나케아의 적막한 꼭대기, 빛이 사라지고 밤의 천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에 홀로 거니는 사람의 뒷모습 그대로이다.
가끔은 무슨 연관성이 있어 실렸는지 아리송한 그림들도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척 좋았다.
우주의 존재는 거만한 인간의 존재를 먼지로 만들어 버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도 결국은 한 군데서 왔음을 상기시킨다.
이토록 아등바등하며 살고 죄 없는 타인을 적으로 여기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깨닫는다.
우습지만 나는 사후에 우주의 먼지가 되어 우주를 떠돌고 싶다. 그래서 벌써부터도 나를 한낱 미물로 만드는 우주가 좋은가 보다.
저자는 인간의 후손들이,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마침내는 우주의 모든 비밀을 풀어내길 바란다고 적었다. 우주의 모든 비밀이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만 한편으론 비밀은 비밀로 남았으면 싶기도 하다. 후손들이 그 비밀들을 풀어내기 전에 우주가 부지런히 팽창해서 무한해졌으면 좋겠다. 비밀들을 품에 안고 멀리멀리 달아나 버렸으면.
그래서 영원히 우주의 시간의 끝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로워지기는 하겠지만.
누군가 우주를 알고 싶다고 하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우주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감상하고 사유하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