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호를 내세워 권력을 독점한 주권자가 막상 '국민'의 일부를 잡아먹는 국가/상태,
이를 '호러 스테이트Horror State'라 이름 붙이면 과연 과장인가?
호러국가는 인간이 생명을 유기하고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지배의 상태다."
세월호는 묻히고 그 자리에 유병언 일가의 이름이 들어섰다.
그래, 제사상에 오른 돼지머리. 그런 느낌이었다.
모두가 주시해야 할 초점은 거기가 아닌데, 모두의 눈과 귀를 그쪽으로만 이끌어 호도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들도 죄가 있다. 그러나 진작에 그 죄를 다스리고 죄를 짓지 않도록 길을 만들었어야 할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
가슴에 남는 말이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
과연 '우리'가 눈을 뜰 날이 오기는 할까?
침몰해가는 배 안에서 사람들은 안내 방송에 따라 가만히 앉아 서로를 위로하였고,
이 나라는 그들이 모두 수장된 이후 불운한 희생자들에게 한정된 '교통사고'로 치부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진실에 대해서는 응답을 해야 하고 타인의 슬픔에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좋은 문학이 언제나 해온 말이다.……진실은 수장될 위기에 처했고, 슬픔은 거리에서 조롱받는 중이다. "
본인이 가늠할 수도 없는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젠 지겹다며 욕하는 종자들에겐 '인간'이라는, 그리 긍정적이지만도 않은 라벨을 붙여주기도 아깝다. 감정이입이던 동정이던 간에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면이 모자라는 것이 라벨을 붙일 수 없는 쓰레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눈먼 자들의 국가.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눈먼 자들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