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종이책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반적으로 이 사회는 디지털, 스크린 문화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게다가 종이책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훨씬 늘어나고 있고요. 한편으로는 낮은 문해력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오늘날이기도 합니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전통적으로 읽기 하면 종이책이 표준이었던 시대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의 모습을 짚어보며 이로 인해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살펴봅니다.
읽기와 학습 분야 연구의 최고 전문가 나오미 배런은 디지털, 스크린 문화에서 종이책 읽기처럼 깊이 있게, 지혜롭게, 잘 읽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지식의 기반을 잘 구축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대한 해법을 찾아갑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읽기는 여가용 독서를 위한 읽기가 아니라 '학습'을 위한 읽기입니다.
독서량 감소는 통계상으로도 명백하게 확인된 사실입니다. 여가용 독서는 처참한 수준입니다. 학교 과제물 읽기조차 줄었습니다.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이 읽기 과제를 하지 않는다고 성토합니다. 지금은 종이뿐만 아니라 스크린으로 읽기, 귀로 읽는 오디오북, 하이퍼링크를 타고 넘나들기, 동영상 등 읽기 매체가 다양합니다. 물론 저마다 장담점이 있습니다.
나오미 배런 저자는 다양한 매체의 읽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를 내려봅니다. 다양한 유형의 텍스트를 검토하며 먼저 종이 읽기와 디지털 스크린 읽기에 대해 비교한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들을 살펴봅니다. 종이책 시대에 우리의 읽기 전략은 일회성 읽기, 다시 읽기, 느린 읽기, 깊이 읽기(꼼꼼히, 자세히, 비판적 읽기) 등 다양했는데 이런 읽기 방식이 디지털, 스크린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유아기, 학령기 시기 그리고 목적에 따라 종이책이냐 디지털 책이냐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다양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는 아니었지만, 종이책의 장점을 결코 배제할 수 없을 만큼 종이책이 안겨주는 효과는 컸습니다.
디지털 책의 경우 단점도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특히 학령기 아이들의 경우 디지털로 읽을 때 멀티태스킹 가능성이 높아 주의분산, 집중 곤란을 겪을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그 이유가 재밌는데요, 우리는 이미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많이 뺏기고 있습니다. 정신적 노력이 덜 요구되는 소셜미디어에 익숙해진 탓에 독해 능력이 낮아지고 얕은 읽기가 되어버린 겁니다. 디지털로 읽을 때 속도는 빨라졌지만 실수는 더 많이 나오게 된 겁니다.
여기서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얕은 읽기에 익숙해져 있어 주의 깊게 읽게 되는 종이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되려 종이책을 싫어하게 되는 겁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착각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텍스트가 종이책보다 더 이해하기 쉽다고 말입니다. 빠르고 얕게 읽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크롤 방식으로 읽을 때 인지적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한 페이지라는 물리적 속성이 안겨주는 공간적 감각이 사라져버립니다. 정신적으로 전체 그림을 형성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눈앞에 확정된 페이지가 없으면 읽은 것을 이해하고 통합하는 데 힘들어지는 겁니다. 저도 전자책을 읽을 땐 스크롤 하는 것보다 페이지 넘김 방식으로 보는 게 훨씬 편한데, 우리 뇌의 작동 방식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대적 변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 전환되고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교육이 새로운 표준이 되도록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제도 시험도 디지털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 학교 과제만 해도 온라인 검색을 해 복수 자료를 검색해서 읽고 판단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수반됩니다.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찾아 읽는 방식은 아이들 사이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복수의 자료 읽기 할 때 검색 엔진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현상, 가짜 뉴스 등 도사리고 있는 함정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종이로 읽기 역량은 점점 줄어들고, 온라인에서의 성공적인 처리 능력이 필요해진 시대입니다. 하지만 읽기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디지털 읽기의 부정적 영향은 더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악순환의 되먹임 회로가 완성되는 겁니다. 나오미 배런 저자는 종이 읽기와 디지털 읽기의 비교 연구가 대개 공식 시험 상황에서 짧은 읽을거리를 사용한 연구들이라 한계가 있다는 점도 밝힙니다. 그 상황에서는 종이냐 디지털이냐보다는 오히려 사전 지식의 역할이 컸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그럼에도 제2언어 학습자, 난독증이 있는 경우 디지털 기술이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습을 위한 최적의 디지털 읽기 전략을 고민해 봅니다.
종이 읽기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기법이 디지털 텍스트를 읽을 때 도움 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반 정도 되는 분량까지는 연구 결과와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에 집중했다면(장단점을 충분히 자각해야 그로 인한 문제를 보완하는 데 도움 됩니다), 2부 6장에 이 책의 핵심이라 할만한 내용들이 등장합니다. 유아들을 위한 디지털 읽기 전략, 학생들을 위한 단일 텍스트와 복수 텍스트 읽기 전략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읽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종이책 필기하는 것처럼 디지털 주석 달기에 대한 유용한 아이디어도 제안합니다. 더불어 가짜뉴스에 대처하는 법, 자료의 진정성을 가려내는 법 등 올바른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한 전반적인 사항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오디오북과 팟캐스트에 이르기까지 교육 수단으로서의 오디오와 동영상 학습에 대한 연구도 살펴봅니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지 학습 효과에 대한 궁금증이 속시원히 풀릴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종이 텍스트의 효과를 능가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위해 종이 읽기의 강점을 어떻게든 오디오, 동영상 학습에 적용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다양한 개선 전략들을 추천하고 있으니 부모, 교사, 행정가, 정책 수립자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겁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 디지털 노마드... 이제는 개인 서가를 마련할 만큼 종이책을 소유하기 힘든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으로 종이 읽기에도 영향을 끼쳤고 주의 깊은 읽기는 점점 약화되어가는 현실입니다. 아이들은 종이책 읽기가 따분하다고 말하고, 아날로그적 향수를 가진 세대도 점점 글에 집중하지 못한 채 디지털 읽기의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얕고 짧은 읽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는 디지털 마음가짐이 학습을 위한 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종이책이 학습의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처럼 디지털 또한 악당인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읽을 때 취하는 정신적 태도임을 짚어줍니다. 소셜미디어를 대할 때처럼 대충 읽기와 훑어보기, 멀티태스킹, 개념 아닌 정보에 초점 두는 등의 전형적인 디지털 마음가짐이 지배적이지 않게 하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이 또한 습관과 연결됩니다.
읽는 뇌에 관한 연구를 하는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에서 언급한 양손잡이 문해력이라고 부르는 읽기 모델을 나오미 배런도 추천하고 있습니다. 목표에 맞춰 읽기 방식과 읽기 플랫폼을 바꿔가며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겁니다. 교육적 목표를 이야기할 때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이 있습니다. "인터넷이 마비되었을 때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더불어 검색 경로는 기억하는 반면 검색 결과는 잊어버리는 디지털 기억상실도 문제 됩니다. 언제든지 다시 찾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단순히 검색으로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문제를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 기술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을 비판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어떻게 읽는 사람으로 길러낼 것인지 고민한 나오미 배런의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디지털 네이티브는 물론이고 디지털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읽기의 가치에 대한 의미 있는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