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 때는 바선생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평생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았어도 쥐나 개미만 봤지 바선생은 없었다. 그래서 바선생에 대한 혐오도는 그저 그런 정도였다. 제주도에서 살기 전까지.
바선생이 날아다닌다는 사실은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그것도 내 방에서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게다가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쳐다보고만 있어도 끔찍한 게 날아다니기까지 하니 기절을 안 한 게 신기할 정도였다.
자주 그리고 여러번 바선생을 마주치게 되자 감정 소모가 너무 심했다. 잡을 수도 안 잡을 수도 없어서 몇 시간 동안 대치하며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그 여파가 며칠이나 가곤 했다. 자다가 무슨 소리라도 나면 바선생인가 싶어서 다시 잠에 못 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왜, 언제부터, 어떻게 바퀴벌레를 혐오하게 되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바선생을 자주 본 적도 없는 내가 언제부터 그것을 싫어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교육을 통해서도 경험을 통해서도 아니면 도대체 이건 무엇때문이란 말인가. 잘못된 정보가 쌓여 혐오감을 만든 걸까? 바선생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 자연 속의 생명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으니까 바선생도 생태계에 필요한 개체겠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으나 인터넷 검색으로는 해결되는 부분이 한정적이었다. 결국 바선생에 대한 이해는 성립되지 못한 채 혐오감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서점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제목도 그렇지만 표지부터 엄청난 존재감을 뿜었다. 바퀴벌레가 전면에? 그것도 손에 잡고 있는 사람이?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웠다.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이해와 오해는 한 끗 차이니까. 나는 바선생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것은 오해에서 비롯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 채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줄소감에도 썼지만, 이 책에는 바선생의 그림조차 보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절대 가까이 가지도 말라고 하고 싶다. 나처럼 바선생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서 혐오감을 없애고 싶은 사람에게만 추천하고 싶다. 사실 그림체는 귀여운 편이다. 곤충에 관한 여타 아동서와 다르지 않다. 귀엽게 보려면 귀여울 수 있지만 주인공이 바퀴벌레이기 때문에 사실 귀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본 번역체 특유의 귀여움은 느낄 수 있다.
나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책인가 싶을 정도로 유익한 정보가 꽤 많았다. 생태계에서 바선생의 역할에 대해 알게 되면서 혐오감이 줄어들었다. 그밖에도 여러 내용이 많다. 무지개빛이 나는 바선생도 존재한다는 게 신기했다. 바선생을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고서 무작정 싫어하는 마음은 사그라들었다.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던 것 같다. 그래도 혐오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로서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