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미술관』은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책입니다. 이번 ‘앞자리 모임’ 독서 모임 주제는 예술이었는데, 『기묘한 미술관』이 투표로 뽑혔습니다. 예전부터 책 표지의 오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라 내심 반가웠죠. ‘기묘하다’는 말은 저를 항상 설레게 합니다. 그전까지는 알 수 없었던 기이하고 이상한 작품 속 숨겨진 작가의 의도, 궁금하지 않으세요? 전 정말 좋아하거든요.
<작품의 특징 요약>
1 유명한 화가의 좀 덜 알려진 작품을 장의 대표 소재로 삼아 보여줘 미술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작가에게 새롭게 접근할 수 있다. (고흐, 에드가르 드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등)
2 유명 화가 비율과 조명 받지 못한 화가 비율이 6:4~7:3 정도고 한 소재당 길이가 짧아(10장 미만), 미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흥미 위주로 다양한 작가를 접하기에 적당하다.
3 작가가 처음 쓴 책이라 그런지 앞부분이 글 전개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산만하다.
4 책의 콘셉트 ‘미스터리, 기묘함’이 전체 책 내용을 아우르지 못하고 일부만 그렇다.
5 책 앞표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본문 디자인이 아쉽다.
<내용>
기묘한 미술관은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를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부제에 쓰여있습니다. 그래서 전 책 콘셉트가 명화 속 작가가 숨겨놓은 비밀이라고 생각했죠. 막 사람들이 잘 모르는 화가가 숨겨놓은 은유 표현 같은 게 나오리라 예상했습니다. 물론 그건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김칫국 먹은 거더라고요.
작가는 이 구성에 대해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1관은 '취향의 방'으로,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취향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2관은 '지식의 방'으로, 명화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 알레고리 해석 등 알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들을 전시했다. 3관은 '아름다움의 방'으로,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작품들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아름다운 것은 정말 아름다운가. 추한 것도 아름다울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기 바란다. 4관은 '죽음의 방'으로 늘 죽음이 지근거리에 있었던 화가들에 대해 주로 다뤘다. 그리고 죽음이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작품으로 어떻게 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 5관은 '비밀의 방'으로, 아직도 작품에 대한 미스터리가 전부 해석되지 않아 더욱 흥미로운 작품들을 전시했다.~ 《기묘한 미술관》의 모든 작품에는 숨겨진 미스터리가 있다.’
책 구성 자체는 1관, 2관 이런 식으로 표기해서 전시회 느낌을 강하게 줬습니다. '취향, 지식, 아름다움, 죽음, 비밀'. 나름의 테마로 작품을 모아놓았지만, 모아놓고 보면 전체 콘셉트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작가 나름대로 작품을 해설해 주고 있는데, 딱히 제목이나 위의 작가의 말처럼 작품 속 숨겨놓은 비밀을 알려주는 전개는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1관 취향의 방에서 한스 볼롱기에르 <꽃이 있는 정물화>에선 작품이 그려진 네덜란드의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며, 그를 바탕으로 작품을 해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떠신가요? 작가는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라고 했으나, 전 딱히 그렇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시중에 나온 타 미술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내용이라 미스터리인가 싶고, 작품 속에 숨겨진 비밀이라기보단 그냥 작품을 해설하고, 작품을 볼 때 알면 좋은 배경지식(작품이 그려진 당대의 역사나 화가의 일생, 작품의 사조와 화풍, 기법)을 말해주는 게 주된 내용이기에, 콘셉트가 작품을 포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책의 제목, 콘셉트에 부합하는 내용은 4관이나 5관 정도? 근데 그 두 관에서 빈세트 반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 프란시스코 고야 <자기 아들을 먹어치우는 사투르누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밀레의 <만종>,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 등등 많은 작품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이 있지만 그렇다는 사실이 너무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라서 오히려 앞의 다른 장들보다 더 미스터리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그 미스터리한 부분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자세하게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겉핥기에서 끝나서 뒷장조차도 이 책의 대표할 콘셉트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예술 분야의 베스트셀러고, 콘셉트가 독특해 보여 기대했지만, 제목과 달리 다른 책과 차별화된 부분을 별로 보지 못해서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앞에서는 예비 독자가 기대할 것이고, 저도 기대했던 콘셉트와 관련된 내용을 주로 이야기했는데요. 마지막으로는 <앞자리 모임> 독서 모임에서 토론했던 책의 강점과 아쉬웠던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주의) 저는 미술 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공교롭게도 이번 책은 다 아는 작가였기 때문에, 새로운 걸 아는 데 주안점을 두고 책을 읽기보단 상대적으로 작가의 고유한 시선을 보는데 주안점을 두고 책을 봐서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본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부정적인 면을 중심으로 서술했고 뒤에서도 그럴 것이지만, 미술 분야 도서는 잘 안 보셨던 모임원 분은 콘셉트와 맞지 않는 책이란 점은 동의하셨지만 모든 내용을 흥미롭게 보셨다고 했으니 예비 독자분도 목차를 보며 아는 작품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제 서평을 걸러 보시면 좋겠습니다.
-장점-
1 이번 작품은 유명 작가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작가의 비율이 7:3 정도였는데(미술책을 본 제 주관적 경험을 생각해서 추정해 봤습니다), 유명한 작가의 비율이 높았고, 한 소재당 분량이 10장 이내로 짧아서 미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들어보긴 했지만 잘 알지는 못했던'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흥미 위주로 가볍게 보기 좋습니다(미술 교과서에서 자주 봤던 드가의 무용 관련 그림은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모나리자에 이런 비화가? 이런 식으로요).
2 정말 잘 알려진 대표 작품보단 상대적으로 언급이 덜한 작품을 주로 대표 소재로 삼고 보여줘서 어느 정도 미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도 새로운 작품을 통해 화가에게 새롭게 접근할 수 있어 그런 부분에 집중해서 책을 보면 재밌게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에드가르 드가의 <벨렐리 가족의 초상>을 대표 소재로 삼아 이야기했는데 아무래도 드가는 보통 무용 관련 작품을 대표 소재로 삼고 이야기하다 보니 이런 점을 눈에 띄었습니다. 그 외에 고흐나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도 그렇고요.
3 마지막으로 표지 디자인이 매우 눈에 띄었는데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테두리로 안에 5관 쾌락의 정원을 넣어 기묘함이라는 콘셉트를 들어내는 디자인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 외에 모임원분들이 도슨트 같은 필체여서 낭독하면서 읽기 좋은 책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책의 아쉬웠던 점-
1 작가가 처음 쓴 작품이라 그런지 글 전개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산만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각 장의 소재를 이끌어나가는데 매끄럽지 못하게 관련한 부분을 배경 이야기했다가, 작가 이야기했다가 합니다. 그래서 초보자를 위해 자세히 설명해 주면 좋을 부분을 놓치고, 관련 이야기를 이것저것 곁가지만 이야기하다가 그 그림에서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던 작가만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끝난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3관 아름다움의 방은 앞서 작가가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작품들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아름다운 것은 정말 아름다운가. 추한 것도 아름다울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기 바란다.’라고 3관의 의도를 말했는데 이런 의도에 대한 어필이 정작 본문에선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본문을 봤을 때 전병관이란 작가만의 시선이 작품 전체적으로 크게 들어가지 않은 느낌이라 타 작품과의 차별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물론 작품 선정이나 내용 해설 선정 자체만으로도 작가의 시선이지만 그것만으론 차별점이 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운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에두아르 마네, 아뇰로 브론치노 등 앞부분에서 주로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애매하다고 느꼈는데, 뒤로 갈수록 정돈된 느낌으로 글을 전개하여 더더욱 앞부분이 아쉬웠습니다. 1~3장을 좀 더 다듬으면 좋을 듯합니다.
2 작가가 사진을 전공했던데 그런 강점이 책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책에서 카메라 스쿠라, 헬리오그라피같이 카메라 기법이 나왔었는데, 가볍게 툭툭 던지는 수준에서 끝나더라고요. 책 속에 들어간 사진 관련 기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 전문가적 시선을 좀 더 넣었다면 이 책만의 차별 요소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3 책의 본문 디자인이 아쉬웠습니다. 일단 콘셉트에 맞게 하려고 한 점은 좋지만, 그 장의 대표 소재를 작은 틀에 가둬 보여주는 모습이 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큰 작품도 많은데, 풀백도 아니고 책 속 작은 틀에 가둬 맨 앞에 보여줘서 뒤에 작품 해설이 나올 때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불편한데 작기까지 하니 더더욱 불편했습니다. 확대하여 뒤에 실어 놓은 장도 있었지만 일부였고, 그럴 거면 앞의 디자인을 포기하고 풀로 까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 확대 그림을 보여줄 때 설명 전에 미리 넣거나, 설명을 다 한 후에 넣는 등 기준이 자기 마음대로여서 오히려 혼란스러웠습니다. 기왕 독자의 이해를 위해 확대 그림을 넣은 거라면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4 표기에서 아쉬움이 남는데, 일러두기가 없더라고요? 화가 이름 표기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했었는데, 작가를 표기대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 분이 있어서 적어도 일러두기에 표기 기준을 기입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또 에드가르 드가의 <무용 교실>은 앞에는 <무용 수업>이라고 표기하고 뒤에는 <무용 교실>이라고 써져있더라고요. 미술 책에서 작품표기 실수는 좀 심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작은 디테일이 아쉬웠습니다.
그 외에 QR코드를 기입해서 작품을 보여줬다면 좋았을 거란 의견, 작가의 출신국가를 앞에 표기해줬으면 좋았을 거란 의견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