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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도서]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서평] 《개소리에 대하여》- 개소리를 들어도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개소리 위험 안내 철학서

이번 앞자리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은 ‘해리 G. 프랭크퍼트’가 쓴 《개소리에 대하여》입니다. 개소리를 철학으로 분석했다는 독특한 콘셉트, 96쪽이라는 깜찍한 분량, 그리고 손바닥만 한 책 크기가 마음에 들었죠. 정말 금방 읽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책을 펴기 전까지는 말이죠.


-책 특징 요약-

1. ‘개소리’라는 언어를 협잡, 거짓말 등과 언어적·사회적 수준에서 비교한 논문 형식의 인문 철학서다.

2. ‘개소리’라는 현대에 만연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현상을 철학으로 짚어줘 현대 사회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3. 개소리쟁이들에게 반박할 방법이나 개소리 구분법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다.

4. 개소리와 더불어 거짓말, 협잡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5. 책의 길이는 가로 106, 세로 158mm로 책이 빼빼로 상자같이 작아 가볍고 분량이 짧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6. 작가가 위트 있다.

-내용-

주변에 개소리 자주 하는 사람 있나요? 강아지와 산책만 해도 그런 분들을 자주 보는데, 아마 직장인 분들은 꼰대인 상사가 있다면 자주 듣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도대체 알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반박하기도 어렵고, 반박해도 타격받는 것 같지도 않고 왜 그러는 걸까요? 이 답답함, 억울함, 분노를 해소해 주는 책이 바로 《개소리에 대하여》입니다.

《개소리에 대하여》는 ‘개소리’라는 언어를 협잡, 거짓말 등과 언어적·사회적 수준에서 비교한 논문 형식의 인문 철학서입니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 개소리가 너무 만연한데도 우리가 그를 너무 당연히 여기고 넘기다 보니 개소리와 관련된 사회 현상을 제대로 파악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개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을 발전시키고자 개소리의 본질은 무엇이고, 다른 것과 무엇이 다른지 개념 구조를 파악해 보자고 말합니다.

개소리란 무엇일까요? 개소리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 무관심한 채로 특정 발언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흔히 웃어른이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며 잔소리하는 경우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웃어른은 그 잔소리로 타인이 잘 되든, 안되든 관심 없지만, 저렇게 발언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확인받고 싶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망을 합리화하며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청자가 믿든, 안 믿든 상관하지 않고 그저 ‘이 말이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본인은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청자가 생각하길 유도하며, 웃어른은 자신의 본래 목적을 아무도 모르게 성취하는 거죠. 이를 또 다른 말로 정리해 보자면, 예를 들어 내가 무언가를 잘 모른다는 데서 발생하는 수치스러움, 내 지위가 낮아진 듯한 느낌 등 자신의 심리적 불편감을 나름 합법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개소리를 이용한 게 아닐까 합니다(책에서 어휘나 문장 구조가 좀 어렵게 되어 있다 보니 책에 써진 표현에서 좀 벗어나 제가 해석한 대로 풀어 봤는데 잘 해석한 건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개소리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작품에서 협잡과 거짓말, 사전을 이용했습니다. 협잡을 좀 더 정중한 표현의 개소리라 말하고, 협잡의 사전적 의미를 거짓말과 대조하며 개소리와 거짓말의 차이를 알아냅니다. 거짓말은 타인에게 내가 그렇게 믿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속이려는 게 주된 목적이지만, 협잡은 타인이 나를 특정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된 의도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열심히 분석한 협잡의 그러한 특성조차 개소리의 특성일 뿐 본질은 아니라고 합니다. 작가는 사전적 의미 분석과 철학자의 사례를 통해 개소리의 본질적 특성이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라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런 본질을 바탕으로 거짓말보다 어떤 부분에서 더 위험한지 밝히고, 이런 위험한 개소리를 현대 사회의 회의주의와 함께 살펴보며 작품이 끝납니다.

-예비 독자들에게-

흥미롭고 재밌지만, 말을 어렵게 써놔서 읽기는 불편한 책이었습니다. 원래 철학 논문이 말 어렵게 써놓잖아요? 작가가 철학자라는 사실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내용이 쉬울 거란 기대도 안 했을 텐데. 그래도 내용이 어려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내용보단 말을 워낙 꼬아 놔서 어렵게 느껴지죠. 번역가와 편집자가 원문을 굉장히 존중했는지 저자가 어렵게 써놓은 문장이 고대로 있습니다(한 문장에 부정이 여러 번 반복돼도 그대로 적어놓다니, 저자를 배려한 책은 확실히 아니에요). 문장을 이해하고 나면 의문이 들었어요. 이해하길 바라는 걸까, 아닌 걸까(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제가 문장 단위에서 저자의 의도에 맞게 그 문장을 이해하고 해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서평에서는 제가 맥락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말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1.<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라는 교양 프로그램의 《개소리에 대하여》편을 본다.

저는 초반에 큰 산을 만나 결국 이 책을 다룬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그걸 보고 나니 문장 꼬아서 써놓은 부분 빼고는 막힘없이 읽히더라고요. 물론 어려운 게 아니라 그냥 처음 부분만 어렵고 뒷부분이 저에게 쉬웠거나, 앞부분에서 졸려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이 책이 설명해 주지 않는 맥락을 영상을 통해 보충해서 술술 읽혔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영상에서 나온 건지, 책에서 본 건지 나중에 헷갈린다는 점?

2. 낭독하면서 읽자.

과학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청각 처리와 시각 처리는 뇌에서 따로 진행되어 학습 효율이 좀 더 좋습니다. 낭독이 익숙지 않은 분들은 어색해서 역효과가 날 수 있지만요.

3. 결국 책 속에 답이 있다.

일단 꼬아 놓은 부분은 몇 번 그 문장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 이해가 안 되는 단어가 뭔지 찾아봅니다. 일단 대명사가 나온다면, 그 대명사가 대신하는 명사가 뭔지 몰라서 그런 건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바로 전 문장에 답이 보통 있습니다. 그 문제가 아니라면 앞에 전체적으로 어떤 흐름으로 전개됐는지 생각하다 보면 이 문장이 여기서 어떤 맥락으로 등장한 건지 이해가 될 겁니다. 그도 아니면 뒤에 예시가 있어서 이해를 갑자기 할 수도 있습니다.

4. 그 문장을 넘겨버리자.

그 문장, 이해 못 해도 괜찮습니다. 그 문장을 그냥 넘겨버리고 봐도 예시 나오는 부분 집중해서 보다 보면 책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저희가 그렇게 수능 봤잖아요.

5. 책을 덮는다.

이해되지 않으면 장을 넘겼더니 책의 흐름을 잃었나요?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으니 책을 덮읍시다. 내일 이해가 안 됐던 문장의 전장부터 다시 봅시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걸 수도 있으니까요.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다시 책을 덮읍시다. 언젠가 처음부터 보면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의 저희는 작가의 부족한 필력 또는 출판사의 부족한 배려심도 이겨낼 만큼 강해졌을 테니까요.

ps. 여담이지만, 사실 이 책은 개소리가 아니라 헛소리에 대한 책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번역가가 ‘개소리’라고 번역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작가는 ‘bullshit(불쉿, 네이버 사전 기준 ’헛소리‘라고 번역됨)’이라는 용어를 탐색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번역가는 ‘bullshit’이 헛소리라고 번역하는 것보다, 개소리라고 번역하는 게 더 맥락상 어울린다고 판단하여 ‘개소리’라 번역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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