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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돌봄

[도서] 새파란 돌봄

조기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독서모임]『새파란 돌봄』-아픈 가족의 곁을 지키는 비공식 돌봄 노동자 7인과의 대화

요즘 앞자리 모임(독서 모임) 책을 모임원끼리 돌아가면서 정하고 있는데, 이번엔 제 차례였습니다. 전 주제를 ‘권리와 책임’으로 정하고, 세 권을 올렸습니다. 그 가운데 뽑힌 책은 『새파란 돌봄』입니다. 이 책은 책읽아웃 삼자대책 코너에서 알게 된 책인데, 어머니를 병간호하는 동안 경험했던 불합리한 일들과 유사한 내용을 소개받고 읽고 싶다고 생각했죠.


-책의 특징-

1. 아픈 가족의 곁을 지키는 비공식 돌봄 노동자 7인과 나눈 대화를 담은 책이다.
2. 평소 잘 인식하지 못했던 돌봄 노동의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3. 돌봄 관련 제도의 어떤 부분이 문제이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고, 어떤 점을 개선할 수 있는지 말해줘서 돌봄 제도에 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
4. 뒤로 갈수록 돌봄 제도에 관해 상당히 급진적인 이야기를 해서 독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5. 돌봄과 부양의 문제를 가족이란 틀에 제도적으로 가둠으로써, 가족의 안팎을 둘러싼 소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족에게 모든 문제를 떠넘겨 가족 안을 닫힌 공간으로 바꿈으로써 아무 보호막이 되어 주지 못하는 가족 밖의 사회를 여실히 보여주고, 권력관계 속에서 가족 안과 밖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여준다.)
6. 어떤 가족의 삶의 전개 과정을 잘 보여줘서 비슷한 문제를 겪는 분들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하고, 자신이 느꼈던 문제를 개인에서 사회로 확장할 수 있다.


-책의 내용-

『새파란 돌봄』은 아픈 가족의 곁을 지키는 비공식 돌봄 노동자 7인과의 대화를 담은 책입니다. 이 7인은 ‘영 케어러’라고도 불릴 수 있는데요. 영 케어러는 '만성적 질병이나 장애, 정신적 문제,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 등을 겪는 가족을 돌보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젊은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전 제목이 '새파란 돌봄'이다 보니, 아무래도 18세 미만의 보호자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연령대가 꽤 다양하더라고요. 그래도 사람들이 가족을 돌보리라 상상하는 나이보단 훨씬 어린 나이대인 건 분명합니다(10대에서 시작해서 성인이 돼서도 계속 가족 돌봄을 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과연 젊은 나이에 가족을 돌보는 일이 삶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작가는 장마다 암, 뇌출혈, 인지 저하, 조현병 그리고 알코올 의존까지, 다양한 문제를 겪는 아픈 가족을 돌보며 고군분투하는 일곱 보호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보는 그들의 삶은 물론 긍정적인 모습도 물론 있었지만 감당하기 벅찬 고통이 두드러지는 건 사실입니다.

이들이 이런 고통을 겪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작가는 질병마다 고통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결국 그 문제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국가와 사회, 가족에게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가족이란 틀에 돌봄과 부양의 문제를 떠넘긴 이후, 가족의 안팎으로 '소외 문제'가 발생했다고 그는 지적합니다. 돌봄과 관련하여 가족을 제외하곤 주변인, 사회 그리고 국가가 보호막이 되어 주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진 정책들을 보여주고, 가족 안에서도 권력관계에 의해 약자에게 돌봄 문제를 떠넘기는 양상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 나가야 하는지 여러 가족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합니다.


저는 여태껏 몰랐던 사회적 약자인 ‘영 케어러’를 인식하고, 어디부터 어떻게 돌봄 가족, 돌봄 사회 더 나아가 돌봄 국가를 만들어 가야 할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1장을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아무래도 1장이 어머니를 병간호하며 병원에서 다양한 고초를 겪었던 경험과 일정 부분 유사해서 눈에 계속 밟히더라고요. 초반 1~3장이 정말 좋았습니다). 1장은 연을 끊은 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던 성희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온 전화에서 연을 끊은 가족의 보호자 역할을 병원이 시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호자 구실을 피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한국 사회는 보호자 구실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성희도 그렇고요. 성희는 간단히 보호자 구실을 하려다가 상상이상으로 길게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병원, 주민센터, 보험의 행정 절차는 미로 같았고, 굉장히 고생하게 되죠.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지게 됐고, 직무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느 정도 상황은 해결했지만 성희는 시한폭탄이 잠재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전 이 이야기를 보면서 저에게 연 끊은 아버지를 돌보라는 전화를 받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소름 돋더군요.

도대체 보호자의 자격이나 범위는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에서 보호자는 대게 가족이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그저 '관행'일 뿐입니다. 사실 보호자 구실을 꼭 가족이 해야 할 이유도 없고,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도 병원 현장에선 의료 현장 편의성상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무시하면서 전형적인 가족을 보호자로 설정하고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엄연히 관련 법이 없는데도 책임과 권한을 가족에게 전가해 뒤따르는 부작용 또한 가족에게 전가하고자 그렇게 하는 거죠. '가족이 돌보는 게 당연하다'라는 말로 보호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건 덤입니다(그렇게 당연하면 가족이 알기 쉽게 복잡한 행정 체계 자체도 뜯어고쳤으면 좋겠네요. 가족 돌보기 전에 시간적 부담과 정신적, 물리적 스트레스로 앓아눕겠습니다). 작가는 이런 사회 현실을 고발하며, 환자 중심 보호자 개념으로 좀 더 다양한 가족을 포함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는 말로 장을 마무리합니다.


-예비 독자들에게-

저는 아무래도 어머니의 병간호를 장기간 해본 적이 있고, 알코올 중독인 가족을 홀로 돌보는 친척을 봤고, 정신적인 병을 가진 어머니와 사는 친구를 봐서 그런지 책 내용이 다 공감 갔습니다. 다 너무 가까이서 본 일들이라 이 책에 나온 일들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더 잘 보였습니다. 너무 비슷해서 돌봄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이번에 크게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처럼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 적이 있는 독자분들에게도, 돌봄 문제가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독자분들에게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들-

1. 모든 이야기가 너무 뜻깊고 좋았지만, 중간부터 글이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 잘 몰랐던 젊은이의 돌봄’을 다룬다는 점 자체가 특별하고 좋았지만, 돌봄 제도와 관련하여 작가만의 급진적이고 방향성이 모호한 주장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2. 이 책을 읽고 자신이 얼마나 운 좋은 삶인지 느꼈다는 감상도 있었고, 자신이 살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어려움을 사회 문제로 확장하여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는 감상이 있었고, 이런 주제를 다뤄준 것 자체가 좋았다는 감상이 있었다.
3. 가족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보여줘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특정 가족의 삶의 전개 과정을 보여줄 뿐 그 가족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은 아니라서 비슷한 문제를 겪는 분들이 현실에 적용할 만한 실질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진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개인이 자기 삶이 해결되는 과정을 다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해결 과정이 구체성을 띠기 힘들었을 거란 의견도 있었다.
4. 내용 중간중간에 너무 논문 형식으로 전개해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있어서 다듬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고, 마지막 장은 앞 장을 포괄하는 내용을 쓰려고 노력하다가 산으로 간 느낌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5. 모든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지만, 정치인이 반드시 이 책을 읽고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6. 책의 카피들이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인상 깊은 문장-
돌봄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는 마치 삶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예외'처럼 여긴다. 언제든 겪을 수 있지만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정보도 없는 상태에 머무른다. 좀 더 일찍 돌봄 교육을 받는다면 돌봄을 마주할 때 겪게 되는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쏠 모가 있게 될 배움이기도 하다. 교육을 통해 돌봄이 우리 삶의 '예외'가 아니라고 배운다면, 여러 질병 상황에서 구 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내가 하는 돌봄이 공적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돌봄이 끝난 뒤의 애도에 관해 한 번이라도 이야기한다면, 우리 삶은 좀 더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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