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을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웬만하면 서평에서 책의 물성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 책은 너무나 독특했기에 말하고 싶다. 판권면을 책의 표지에 기울여서 넣어놓는 디자인은 시선을 확 끌어 당긴다. 아마 서점의 매대 위에 있었다면 분명 짚었을 듯하다(물론 책장에 꽂혀 있었다면 절대 보지 않았겠지만). 이 책은 내부 디자인 역시 독특하다. 일단 살면서 차례를 두 가지 방식으로 수록해 놓는 책은 본 적이 없기에 독특하다. 하나는 그냥 순서대로 소개했고, 하나는 서평들 중 주제가 겹치는 서평을 묶어 소개핬다. 이건 편않이란 출판사의 모든 책이 이런 걸까, 아니면 책에 관한 책에 관핸 책을 읽는 책에 빠진 독자를 믿기에 할 수 있던 엽기적인 시도일까. 출판사의 방향성인지, 이 책 편집자만의 시도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흥미롭다. 일단 좋다. 좀 더 독자에게 책을 보는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니까. 나는 전자의 방식대로 읽었는데 나처럼 서평을 쓸 생각 없이 읽고 싶은 서평만 읽을 거라면 후자의 차례를 따르는것도 좋을 듯하다(그 외에도 사소하게 독특한 디자인-편집 요소가 있지만 사소하기에 생략한다).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암울하지만 희망은 있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책의 미래를 암울하지만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내 생각과 달리 대체적으로 '책에 대한 책'에 관한 서평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작가들이 다 책과 관련된 직업이다 보니 책과 함께하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거나, 매체로서의 책을 이야기하는 데 집중한다('책에 대한 책' 속 문장을 자신의 삶에 녹여낸다). 물론 '책에 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도 있지만, '책에 대한 책'이 어떤 책인지 이야기하기 보단, 그 책을 쓴 작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 좀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금정연과 「NO-ISBN」, 서성진 과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 책을 둘러싼 일 (김보령과 「책에 바침」, 심우진과 「당신이 읽는 동안」), 책을 읽는 방법 (김지원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서해인과 「대단한 책」), 그리고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노지양과 「책인시공」, 양선화와 「책으로 가는 문」)을 담은 총 여덟 편의 글을 받아 함께 다듬고 엮었다' 라고 말한다. (근데 나는 두번째 차례에서 소개한 소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따라서 이 책을 '책에 대한 책'을 추천받기 위해 읽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덕질하는 애독자로서 직업적으로 책과 밀접한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면 추천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나의 앞 에 놓여 있던 벽, 그러니까 청탁이 없으면 읽고 쓰기는커녕 생각조차 하지 않는 철저한 수동성과 제도 속에서 글을 쓰 는 행위가 불러일으키는 무기력함에 대해 재고하게 되었 다. 어쩌면 문제는 책이 너무 많은 게 아닌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책의 범주가 너무 좁은 게 문제이다.'(p29)
이들이 어떻게 책을 향유하는지 보다보면, 공감 가서 즐거워지기도 한다. 책을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이 만드는 공간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믿고 싶다. 책이 만든 공간 다음으로는 책장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을 사랑했다. ~이쯤 되면 '이 사람이 책을 사랑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거 다 책의 곁가지만 사랑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 테다. 틀린 말이 아니라 반박할 수가 없다.'(p39)
'도서관에서 돌아온 나는 알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일곱 권이나 빌려서 집에 오는 길, 갑자기 모닥불처럼 붉게 타오르던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방이 하나도 무겁지 않아 이상하다고, 문득 삶이 두렵지 않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마음에 드는 소설책 한 권이 면 크리스마스의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그림 같은 풍경이나 멋들어진 숙소를 보면서 저기서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행복이 보장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오늘도 나를 몰입하게 해줄 책을 찾아 서점과 도서관을 헤매는 나는 친구네 집에서 셜록 홈스를 읽던 어린이나 집에 있던 단 한 권의 수필집을 쓰다듬어 보던 소녀와 똑같은 사람이다.'(p91)
또한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바라보게 되리라. 마치 미야자기 하야오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처럼.
'그때나 지금이나 저자(미야자기 하야오)에게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이라는 것은 사실상 없다. 아이들을 그저 '현명하게' 만들기 위해 책을 읽혀야 되는 것도 아니다. 일단 억지로 읽힌다'는 행위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기왕의 지식이나 사상을 주입 하는 책보다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로서의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싶어 한다. 운이 좋으면 하나 얻어걸리리라는 듯이' (p170~p171)
-예비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나도 비평서를 좋아하지만 책을 겉핥기 하는 기분이라 가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어쩌면 나처럼 책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죄책감이 드는 사람에게 면죄부를 줄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책을 더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물론 작가들이 자신의 삶을 꽤나 냉소적으로 말해 웃기다 저절로 슬퍼질 수도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