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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도서]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시몬 비젠탈 저/박중서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번 달마화 독서모임 주제는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라는 책을 선택했습니다. 평소에 인터넷에서 피해자에게 용서를 요구하고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대중의 모습에서 불편감을 느꼈고, 거기서 '용서는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용사에 관해 한 번 깊게 생각해보고, 제가 가진 편견을 깨고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작가소개-
먼저 작가를 소개하자면, 작가 시몬 비젠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 나와 미국전쟁범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유대역사기록센터를 설립해 운영했으며,
나치 범죄자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1,100여 명이나 되는 나치 범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신 분입니다(그중에는 이른바 ‘최종 해결(유대인 말살 정책)’의 실무 책임자였다가 패전 직후 남미로 도주했던 아돌프 아이히만도 포함되어 있죠).

-내용 소개-
이 책은 2부 구성으로, 1부 ‘해바라기’는 작가 시몬 비젠탈이 강제 수용소에서 겪었던 일들을 담은 에세이고, 2부는 1부에서 작가가 뒷부분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여러 신학자들, 정치 및 윤리 지도자들 그리고 작가들 총 53명의 견해를 담은 답변을 담은 책입니다.

<1부>
1부는 물론 강제 수용소에서 유대인에게 벌어진 일들을 알 수 있지만, 1부의 핵심은 하나의 비극적 만남입니다. 시몬은 평소처럼 노역장에 끌려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간호사가 다가와 유대인이냐고 묻더니 건물 안으로 데려갑니다. 거기엔 온 몸에 붕대를 감싼 한 병자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길게 이야기합니다.

환자: 아버지는 사회주의자,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교인으로, 어렸을 적 자신도 가톨릭을 믿어 성당을 다녔어. 청소년 시기 가족의 반대에도 히틀러 소년단에 가입하고, 더 나아가 SS에 자원입대했지.

그러니까 그는 나치장교인거죠. 그 나치는 계속 자신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군대 초반이야기도 하고… 그러다가 자신의 죄를 하나 말합니다.

환자: 나는 군대의 명령에 따라 동료들과 함께 유대인 수백명을 집에 가두고 집을 불태웠어. 뛰어나오는 사람에게는 총을 난사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 근데 그때 2층 창문에서 아이를 안고 뛰어내린 한 가족을 잊지 못하겠어. 나는 그 후 심하게 다쳐 눈도 안보이고, 계속 너무 아파. 이제 금방 죽을 텐데. 씻지 못할 그 죄가 계속 생각나. 나는 진심으로 참회하고 있으니 유대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 마음 편히 죽고 싶어. 부탁을 들어주기 쉽지 않겠지만, 너가 대답해 주지 않으면 나는 마음 편히 죽지 못할거야.

작가는 고민하다가 침묵하고 그곳을 나와 돌아가죠. 하지만 작가는 마음이 불편했어요. 여러 동료에게 질문했으나, 작가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2부 독자심포지엄>
참여자: 외교관, 작가, 언어학자, 법조인, 유대교 신학자, 기독교 신학자, 심리학자, 불교 지도자, 가톨릭 사제, 언론인, 역사학자, 종교사학자, 정치학자, 철학자, 방송인, 인권운동가, 군인 등
2부는 정치, 역사, 문화, 신학, 윤리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진 진지하고 치열한 답변들이 담겨있습니다. 아무래도 답변은 크게 '침묵했어야 한다, 용서했어야 한다, 그거보다 다른 부분이 중요하다'로 나눠지는데요. 주장이나 근거에서 겹치는 내용이 없진 않지만, 답장에 형식을 정해두지 않았는지, 편지나 칼럼같은 여러 형식이 공존하기도 하고, 필진 분들이 다 말을 잘 하셔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편지 형식이 제일 감정적이라 눈에 띄었는데, 중간 중간에 필진이 시몬에게 쓴 편지, 나치가 시몬에게 쓴 편지, 필진이 나치에게 쓴 편지 등이 중간에 삽입되어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책의 강점-
첫번째로, 철학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생각하더라도 1부 자체가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습니다. 처음엔 나치 이야기라니까 무겁고, 꿉꿉한 이야기일 것 같아서 부답스러웠습니다. 아마 독자들도 나치라는 주제에서 부담감을 느끼실 것 같아요. 하지만 작품 자체의 초점이 나치 자체보단 용서 개념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1부 에세이에서 작가가 필력이 좋고, 차분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잘 써서 읽는 동안 큰 부담없이 재밌게 봤습니다(자극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유대인 학살 장면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을 제외하고 당시의 상황을 잘 묘사했다는 뜻입니다).
두번째로, 다양한 직업군의 시각에서 문제를 좀 더 다각도로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직업 중 ‘외교관, 작가, 언어학자, 법조인, 유대교 신학자, 기독교 신학자, 심리학자, 불교 지도자, 가톨릭 사제, 언론인, 역사학자, 종교사학자, 정치학자, 철학자, 방송인, 인권운동가, 군인’ 등 이런 주제를 논의해볼 만한 직업군을 선정했습니다. 특히 모든 인물이 그런건 아니지만 피해자였던 인물이나 가해자였던 인물로 필진을 선정하여 글이 더욱 다채롭고, 설득력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대인과 기독교인(가톨릭)의 종교적 차이, 둘의 관계와 그 변화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종교인의 시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이들의 용서 개념 차이를 통해 색다른 관점에서 용서라는 개념의 본질에 다가가서 독자들이 재밌어하는 포인트일 듯합니다.

-예비독자들에게-
종족말살을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고, 홀로코스트는 대표적인 역사적 비극이자 과거사 논쟁의 대상이기 때문에 현재에도 강제 징용, 일본군 위안부, 5.18 등 과거사 논쟁의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도 용서와 화해, 정의의 근본에 대한 글쓴이의 질문을 다뤄 주목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피해자로서 완벽해야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용서를 쉽게 권할 수 있는 분위기)가 뚜렷하잖아요? 예를 들어 현재 대한민국은 살인죄에 관한 형량이 낮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약간의 보상이라도 받으면 형법 처벌이 감면되는 등 가해자를 위한 나라라는 소리를 듣고 있죠. 동시에 용서할 권리가 없음에도 보상이나 사과만 한다면, 혹은 시간이 조금만 지난다면, ‘산사람은 살아야지’하면서 피해자에게 용서를 촉구하는 대중의 태도도 뚜렷하게 보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다보면 저절로 한 번쯤 저희 사회가 혼란스럽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어떤 사회가 되야 할지 힌트를 얻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

부가적으로 저는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일본에게 느끼는 이중적인 마음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전범 피해국인 한국에서 살아가다 보면, 또는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다 보면, 한번쯤 용서를 권유받게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감정이나 태도, 행동에 답을 얻으실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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