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주인공, 다이스케는 지고한 정신으로 상징되는 인물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아무 직업도 가지지 않은 채 본가에서 지원받는 생활비로 먹고 살며 서재에 틀어박혀 서양책들을 읽고선 사유에 몰두해버릇하는 한량 중에도 일등급 한량이다.
그는 서양으로부터 밀려온 일본의 극심한 자본주의화를 경계했다. 그것이 다름 아닌 그가 백수살이를 면치 않는 이유이기도 했는데,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순간 노동의 정신적 가치는 타락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작품 한 점을 완성해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농부는 곡식을 수확하기 위해 여러 계절의 덥고 춥고 하는 고초를 견디며 농사를 짓는다. 이것이 다이스케가 원하는 직업의 세계이다. 한마디로 노동의 결과물과 노동의 목적이 합치를 이루는 삶, 다이스케가 바라는 직업의 이상향이다.
그러나 다이스케는 본가의 경제적 지원을 볼모로 정략결혼 제의가 들어오면서부터 그의 현실은 꼬여나가기 시작한다. 실은 그 또한 본가의 도움없이는 자본주의 압박에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친구의 아내, 미치요와의 사랑이 재점화되면서 둘도 없는 절친인 히라오카와도 갈등을 겪는다. 이러면서 그는 한량처럼 살아가는 생활에도 한계가 온다는 것을 점차 깨닫기 시작한다. 이성은 그의 불륜을 말리지만 감정은 불꽃처럼 타올라 그의 사랑을 채근하였다. 지고한 다이스케는 이로써 처음으로 사상의 늪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그 후』는 인간적 삶의 자주성과 자본주의, 그리고 사랑 이 세 요소의 갈등을 엮어낸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