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작가는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국어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접했다. 언제나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프로야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를 현실에 대입하여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서민들의 헤픈 삶과 엮어 해학미로 풀어낸 한국문학계의 이단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카스테라』도 발랄한 이단아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박민규 작가의 작품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카스테라』는 일반적인 서사 흐름을 일체 거부했다는 점이다. 부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나 심지어 미국, 중국과 같은 국가들을 냉장고에 가두고 보관하는 것이 중심 사건이 되기도 하며, 때때로 어마어마하게 큰 동물이 일상에서 직접 모습을 보이거나, 아니면 허름한 스쿨버스에 탑승해서 우주여행을 해보기도 하고, 신원불명인 외계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흥미로운 이야기다. 작가는 이러한 점을 우리에게 상기해주는 듯하다. '딱딱한 일상을 소재로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더 이상 지어내고 만들어낼 수 없으니, 나는 그 단조로운 일상성에 반란을 일으켜 일상의 전복을 시도할 것이다.', 대략 이러한 모티프를 말이다. 기득권적인 일상에 대한 반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세계관적 반란은 주인공 또한 현실에서 가난한 대학생, 노동자, 회사인 같은 피-지배자적 특성을 지닌 것으로 미루어 보면 그들의 현실을 탈출하고 싶은 욕망과 정확히 합치를 이룬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 이야기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피-지배인의 운명에 쉽게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타인을 동정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박민규 작가는 그 인물들에 대하여 더더욱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세계관적 반란을 꾀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민규 작가는 그러한 프톨레타리아들의 좌절과 순응과 인간미를 이야기에 고스란히 잘 담아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박민규 작가의 또다른 작품 『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식사』를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이 작품에서는 『카스테라』에서 보여준 연민의 시선을 보다 한 걸음 더 앞당겨 기존 자본주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가치의 전복을 시도한다. 박민규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도 여전히 프톨레타리아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