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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고백

[도서] 가면의 고백

미시마 유키오 저/양윤옥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가면의 고백』 주인공은 외면적 삶과 내면적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동성애자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성애자의 인상과는 크게 다르다. 요즘 시대에 이르러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향을 떳떳하게 드러내며 문제 없이 살아가지만, 주인공은 일반인의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며 이성애자라는 가면을 쓴 채 행동과 심리가 엇갈려 나뉘고 있다. 

정상성이란 무엇일까? 정상성이란 사회 내에서 무작위로 고른 어떤 한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보편성을 의미한다. 정상성에 어긋나는 이단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쩐지 불편한 감정이 들게 마련이다. 한마디로 정상성은 사회가 밀어붙이는 억압적 관습인 것이다. 

주인공은 이러한 정상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삶을 살아간다. 겉으로는 유흥을 즐기고 사랑도 할 줄 아는 흔해 빠진 청춘의 가면을 에두르지만, 속으로는 강인한 남성의 단단한 근육질에 에로스를 느끼며 잔인한 공상에 빠져들곤 한다. 누구는 그 삶에 대하여 떳떳하지 못한 소극적인 삶이라 비난할 수 있지만, 나는 그가 갈구하는 내적 욕망에 대해 연민의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는 가면을 에두른 것으로 알다시피 현실에서의 진실한 사랑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그는 오로지 온전한 일상을 영위하고자 하는 태도로 가면을 쓴 채 허위와 가식으로 물든 비극적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로 하여금 나에겐 얼마 전 다시 읽은 고전소설 『이방인』을 떠올리게 한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사회가 들이미는 정상성을 거부한 채 진실된 태도로 일관하여 삶을 살아가지만 끝내 비극을 맞이한다. 『가면의 고백』 주인공은 어쩌면 그러한 비극의 예지몽을 꾸었던 건 아닐까? 진실된 삶과 사회적 관습 및 정상성,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양극을 이룬다면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는가. 그러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과연 돌연변이로 치부하며 극히 소수일 뿐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런 경우의 피해자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가히 유전자의 비극이라 말하며 불쾌함을 표해야할까?

참으로 어렵다. 이러한 부조리를 잘 표현해낸 작품, 『가면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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