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인간의 교양에 있어 역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의 경험에서 우리가 나아갈 바를 깨닫고 혜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인간들은 역사를 통해 잘 배우지를 못한다. 그래서 과거의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는 일이 많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실과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없고, 현실에서의 의미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역사 속에 있는 의미와 교훈은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으므로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깊이 연구하고, 숙고해야 정확한 의미와 교훈이 보인다.
한편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려면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지루한 내용이 아니라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주제로 역사를 읽을 것인가 하는 것도 세계사 공부에 있어서는 꽤나 중요하다고 하겠다. 역사를 읽는 코드에는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주로 경제적이나 지리적인 측면, 종교, 민족의 이동 같은 코드로 세계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동안의 관점과는 확연히 다른 관용, 동시대성, 결핍, 대이동, 유일신, 개방성, 현재성이라는 7가지 독특한 코드로 문명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며 역사를 톺아본다.
관용
로마제국처럼 광대한 지역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장악한 경우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중해 1000여개의 폴리스 중 유독 로마만이 광대한 제국이 될 수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그 이유를 안정적인 국정 시스템과 종교적 성실성을 이유로 꼽는다. 이를 통해 로마는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로마를 강대국으로 만든 것은 관용과 패자부활전을 가능하게 한 문화 때문이라고 본다. 명예를 중시한 과거에는 전쟁에서 진 장수는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고, 운 좋게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도 추방당하거나, 사형을 받게 되는데 로마인은 전쟁에 졌더라도 졌잘싸한 장수라면 따뜻하게 맞아주고 응원해줬다고 한다. 실수와 실패를 무조건 질책하지 않고 스스로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 이를 통해 로마는 대제국을 건설하고 오랫동안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의 한국은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라고 말해진다. 혐오와 편가르기가 만연해있다. 한국처럼 갈라치기를 많이 하는 국민도 없을텐데 한국이 로마처럼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관용의 마음이 많아져야 할 것 같다.
동시대성
교류가 없는 멀리 떨어진 두 나라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한제국과 로마제국은 비슷한 시기에 탄생하고, 패권을 거머진 시기도 비슷하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극심한 혼돈의 시기를 맞이했는데 한제국은 멸망했고, 로마제국은 위태위태하게 위기를 넘어간다. 최후의 순간 외에는 거의 비슷한 '기승전'의 과정을 공유한다. 비단 한나라와 로마의 경우 뿐만 아니라 알파벳, 유일신 신앙, 화폐탄생에 있어서도 세계적 동시대성을 보인다. 한국의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 일본의 전공투, 대만의 장제스의 독재시절 등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민주화 운동이 벌어진 것도 이런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과거에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근현대로 오면서 그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령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이 없이 오직 영국에서만 획기적인 공업화가 이루어졌다. 이것만 보면 동시대성의 범주를 벗어나지만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산업혁명의 기틀은 갖춰져있었지만 영국만 산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요는 똑같은 조건에서 누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국제화를 이루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핍
오래전 사람들이 강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살게 되었고 그러다가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생겨났다. 이것이 세계사 시간에 제일 먼저 배우는 그 유명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4대 문명이다. 저자는 문명이란 문자를 기준으로 정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데 문자는 의외로 도시화와 관련이 깊다. 농촌에서 도시로 진화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기록의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에 문자가 발달한 것이란 견해다. 그래서 문자의 발명을 문명의 핵심 요소라고 말하는데 그 전에 왜 사람들이 모여살게 되었는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건조화의 진행으로 물이 부족해지자 강변 옆에 사람들이 모여살게 되고 자연스럽게 도시가 형성되고, 문자가 만들어지고, 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물부족이 문명을 탄생시킨 것이다.
유일신
고대의 신은 지금의 기독교나 이슬람의 유일신 신앙과는 다르게 자연 풍토와 연관된 다신교의 세계였다. 태양신, 불신, 물신, 심지어 한국에는 측간신까지 있다. 고대인들은 자연에서 신을 찾아냈다. 자연재해를 신의 분노라 생각하고 초자연적인 힘에서 비롯한다고 믿었다. 이 때는 샤먼들이 신이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점성술로 신의 목소리를 전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문자를 사용하게 되면서 소위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인간들이 새로운 길잡이로 찾아낸 대상이 유일신이란 것이다. 곳곳에서 유일신이 탄생하고 일신교가 주류가 되자 종교 박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이런 일은 기독교, 이슬람교 가리지 않고 모두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다른 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일신교 끼리 대립을 하고, 일신교 내부에서도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유명한 종교전쟁인 십자군 원정도 엄밀하게 따지면 이슬람 vs 기독교의 종교전쟁이 아니라 그냥 튀르크 세력과 비잔틴 세력이 싸웠는데 하필 두 나라가 이슬람과 기독교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전쟁을 할 구실이 필요했고 종교는 명목상이라는 것이다. 어쨌건 이런 양자 구도는 지금까지도 이어져내려오고 있어서 머나먼 한국 땅에서도 기독교 중심의 주류 세력들이 이슬람을 배척하고 있다. 어쨌건 이 좁은 한국 땅에 하느님이 20명, 재림예수만 50명이 있을 정도로 기독교가 주류니까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