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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1~2 세트

[도서]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첫작품인 '개미' 때부터 좋아하던 작가이다. 사람의 시선이 아닌 '개미'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야기는 기존의 정형화된 형식과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신선하고, 독창적었으며, 기발하고 참신했다. 당시 이 소설이 한국에서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개인적으로도 좋아해서 여러번 완독을 했었다. 뒤이어 나온 타나토노트는 영계여행이라는 역시나 범상치 않은 내용의 작품이었는데 베르베르 소설의 영원한 화두인 삶과 죽음 그리고 환생이라는 주제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작품인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 신으로 이어지는 3부작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3부작에서 베르베르는 사후 세계와 환생, 신에 대한 이야기를 동양적인 관점과 서양의 시각을 믹스해서 탈종교적인 세계관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베르베르 소설은 전통적인 기독교 사상에, 동양적인 철학과 고대의 종교와 신화 등도 차용하여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내었다. 이 점이 베르베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전 작품들에서는 이런 자신만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해서 언제나 신화적인 세계를 그려냈다. 베르베르의 소설을 따라가 보면 거의 모두가 신화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개미'에서는 인간이 개미들의 신화처럼 등장하고, '타나토노트'는 천국과 윤회라는 신화의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이며 '천사들의 제국'과 '신'은 그야말로 신과 천사들의 이야기다. 또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인류의 기원을 찾아가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이야기이다. 이렇게 베르베르의 관심은 언제나 먼 과거나 먼 미래의 신화적 세상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고양이] [문명] [행성]이라는 소위 고양이 3부작에 와서는 신화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과 지구, 그리고 생명에 눈을 돌린다. 고양이 3부작에서는 이 세상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라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강조하는데 이번 신작 [꿀벌의 예언]의 주제도 고양이 3부작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여진다. 미래 세대가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이고, 인류의 미래가 야만의 시대가 되지 않으려면 우린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은 같지만 전작에서는 다른 종과의 연대와 화합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인간과 인간의 행동에 집중하며 과거의 우리의 행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하며 미래를 바꾸는 힘은 현재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조금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가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꿀벌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가 바로 얼마전에 보도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예언대로라면 인류의 멸종의 시간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시기에 [꿀벌의 예언]은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르네는 우연히 최면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후인 2053년의 미래를 보게 된다. 그 미래의 지구는 심각한 온난화로 한겨울에도 46도를 넘고, 전 세계의 인구는 150억을 넘어섰다. 이미 이상기온과 인구폭발만으로도 식량 생산에 어려움이 있을텐데 그에 더해 꿀벌이 사라지며 인류는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하게 된다.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가 꽃식물이고 이 꽃식물의 80%의 수분을 담당하는 것이 꿀벌인데 그런 꿀벌이 사라지자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된 것. 사람이 직접 수분을 하거나, 로봇을 이용하여 수분을 해보기도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식량이 부족한 곳에선 폭동이 일어나고, 식량자원을 빼앗기 위해 핵무기가 사용된 3차대전이 발생한다.

 

책에서는 꿀벌이 사라진 원인을 제초제와 살충제 때문으로 설명한다. 대량 생산을 위해 무분별하게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한 현대식 농법이 도입되면서 꿀벌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중국에서 대량유입된 등검은말벌에 의해 꿀벌이 잡아먹힌 것도 꿀벌의 개체수가 감소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역시 언제나처럼 중국이 문제다. 양봉하는 사람이 안전을 위해 공격성이 약한 꿀벌을 사육하면서 천적인 등검은말벌에 대처하지 못하고 죽게 된 것인데 이야기 속에서는 곤충학자가 변이를 통해 원시 꿀벌이 가지고 있던 공격성을 되살리려고 한다. 실제로도 지구 어딘가에서 이런 연구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닐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이런 충격적인 미래를 본 현재의 르네는 미래를 바꿀 열쇠가 '꿀별의 예언'에 있다는 이야기를 30년 후의 르네에게 듣고는 예언서를 찾기 위해 르네는 전생과 현재를 오가는 모험을 벌인다.

 

퇴행최면을 통해 르네는 중세 십자군 전쟁 시기를 시작으로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세 유럽, 르네상스 시대 등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역사의 결정적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십자군 전쟁이 벌어지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눈을 뜨고, 그리스에 갔을 때는 페르시아가 침공해오고, 로마에서는 네로의 대화재에 휩싸이며,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의 홍수에 휩쓸린다. 또 화산 폭발을 경험하거나 지진과 산사태를 맞이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스펙터클이 대단한 셈. 바꾸어 말하자면 이런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 속에 녹여낼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는 작가의 폭넓은 역사적 지식에 감탄하게 된다. 과학이나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마치 영화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쌓아올리는 것이 베르베르의 대단한 점이 아닐까 한다.

 

예언서에 적힌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 때문이고, 인류를 구할 방법은 결국 인간과 꿀벌의 조화와 협력이다. 전작인 문명과 행성에서도 다른 종과의 화합을 강조했는데 이번 책에도 조화와 협력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예언서를 손에 넣은 르네는 미래로 가서 비밀 조직에게 건내고 비밀 조직은 그 예언서에 나와있는대로 인간과 꿀벌의 관계를 개선하고, 꿀벌의 서식지와 생태계를 복원하고, 꿀벌의 질병과 천적을 퇴치하고, 꿀벌의 번식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꿀벌은 다시 번영하고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런데 전생과 미래를 오가며 인류를 멸망의 구해줄 예언서를 힘들게 구했는데 거기 적혀 있는 내용이란게 꿀벌이 사라지게 된 원인은 이미 너희가 알고 있는 것이고 꿀벌을 사라지게 된 원인을 제거하면 된다 라는 수준이라서 좀 허무하긴 하다. 물론 너희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쓰여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현실적으로도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은 여러가지고 규명이 됐는데 그럼 굳이 전생최면을 통해 과거로 가서 예언서를 찾을 것도 없이 당장 지금부터 꿀벌이 사라지게 된 원인을 제거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베르베르는 나같은 애가 이런 딴지를 걸 것을 알기라도 했는지 이런 장면을 덧붙혀 놓았다. 파리 기후 변화 회의에서 중국 대표는 중국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당하자 중국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자국의 생산 시설 가동율은 각자의 나라에서 결정할 일이지 다른 나라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환경을 생각한다면 너희 나라 노동자들한테나 일하지 말라고 해라. 중국은 유럽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을 생산해주고 있는데 중국 물건은 쓰면서 왜 환경 오염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중국에게 생산량을 낮추라고 말하는 것이냐? 환경 오염이 싫으면 소비를 멈추면 될 거 아니냐! 몰라서가 아니라 이미 인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알고 있지만 소비를 멈출 수 없는 인간들은 멸망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시공간을 넘나들며 찾아낸 예언서에서 말하는 인류 멸망을 막을 대예언이라는 게 허무할 정도로 직관적이고 평범함(?) 일이었다는 건 이미 답을 알고도 행하지 않는 인간에 대한 비판인 것 같다.

 

꿀벌이 사라지게 되면 인류가 멸종한다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영역인데 그런 내용을 가장 과학과 거리가 먼 예언이나 퇴행최면, 전생과 윤회 같은 내용으로 풀어가는 것도 재미있다. 전생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윤회,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인연 같은 설정은 타나토노트에서부터 보여왔던 베르베르가 참 좋아하는 소재이다. 고양이 시리즈에서는 이런 게 없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전생과 윤회 같은 내용을 보니 이런게 바로 베르베르의 맛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의 모험을 떠나는 것일까? 일단 앞서도 말했지만 이야기의 설정부터가 매우 현실적이다. 실제로 꿀벌이 지구상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고 그 개체수의 감소의 원인은 실제 인간의 과거 혹은 현재의 행동들에 기인하고 있다. 과거 전생을 돌아다니며 미래를 구할 예언서를 찾는 것도 미래의 답은 과거와 현재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베르베르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하며 우리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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