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를 하다보면 문법도 어렵지만 늘 단어에서 막히게 된다. 결국 외국어는 단어 싸움인데 영단어는 외우기도 힘들지만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단어공부는 항상 골치거리였다. 사실 영어 단어라는 게 무작정 막 외운다고 외우는대로 다 머리 속에 들어오는 게 아니다. 단순히 종이가 까맣게 될 때까지 마구 쓰면서 의지만으로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영단어를 쉽게 암기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스킬에 따라 공부를 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보카큐 General - 인공지능이 선정한 우선순위 영단어]는 바로 그 스킬을 담고 있는 영단어집이다.
책은 영어 단어를 효율적으로 암기할 수 있는 두 가지 비법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궁금증이다. 약간 모호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궁금증보다는 관심이라고 표현하면 조금 더 이해가 빠르겠다. 관심이 없는 것은 열번을 들어도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관심이 있는 것은 아무리 어려운 것이라도 빠르게 기억하게 된다. 예컨데 아이들이 그 길고 어려운 공룡 이름을 척척 외우는 것이 그런 맥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가? 여기서 바로 궁금증이 나온다. 궁금증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한다. 관심이 있으면 앞서 말했듯이 훨씬 쉽고 오래 기억하게 된다. 그러니 영어 공부를 할 때에도 궁금증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공부를 해보자는 말이다.
보통 영단어집이나 영어 교재는 영어로 쭉 문장을 써놓고 옆에 그 번역을 보여주는 형태로 구성된다. 혹은 반대로 한국어 문장을 써놓고 그에 상응하는 영어 문장이나 영단어를 제시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특이하게 먼저 영단어를 제시하고 그 영단어가 포함된 한국어 문장을 제시한다. 마치 한국의 힙합 가수들이 우리 말에 영어 단어를 하나씩 섞어서 만든 노래가사처럼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girl" "들어봐 내 story" 뭐 이런 식이다. 이렇게 퀴즈처럼 영단어를 소개함으로써 이 영단어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게 만들고 유추하게 해서 관심을 유발시킨다. 그런 후에 다음 페이지에 그 단어의 뜻을 알려주고, 그 단어가 쓰인 또 다른 예시를 통해 단어의 쓰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마치 퀴즈처럼 영단어를 공부하게 하는 특이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 궁금증을 유발시켜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서 오래 기억에 남도록 하는 첫번째 비법인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제시하는 두번째 비법은 구체성이다. 암기하려는 단어가 배경과 맥락이 없이 그저 단어와 뜻만 딸랑 있다면 외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똑같은 단어라도 구체적인 설명이 들어가고, 스토리가 가미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단어가 머리 속에 연상되고, 기억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흔히 단어를 외울 때는 단어만 외우지 말고 단어가 들어간 문장이나 숙어를 하나로 묶어서 외우라는 말을 학교 다닐 때부터 수없이 들었는데 이게 바로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단어는 항상 구체적 상황과 함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해야 훨씬 효율적이고 자연스럽게 외워지기 때문이다. 앞서 책의 구성을 말했는데 단어가 쓰인 예시를 통해 단어의 쓰임을 제시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 해당되는 것이다. 영단어에 구체성을 부여해서 막연한 텍스트로서의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가 가진 의미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해서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에 남게 해주는 것이다.
초등, 중등, 고등단어부터 토익단어에 이르기까지 암기해야 할 단어는 거의 1만자가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이 책에는 인공지능이 선별한 우선순위의 2918개의 영단어가 소개되고 있다. 전부 8주 동안 공부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제시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대략 365개, 하루에 50자 정도의 단어를 공부하게 되는 셈이다. 일주일 단위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체크할 수 있게 위클리 플래너도 있는데 기존에 영어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부담스럽지는 않겠지만 영단어를 많이 알지도 못하고, 이제 머리도 많이 굳은 나이라서 꼭 이 계획대로는 하지 못할 듯 싶다. 위클리 플래너에 연연해하지 말고 자기만의 계획을 잡아서 공부하면 될 일이다.
1단계로 영단어를 제시한 후 한국어 독음을 써놓고서 따라 읽어보게 하고, 2단계로 해당 영단어가 들어간 한국어 문장으로 의미를 맞추는 퀴즈를 내고, 3단계로 정답을 확인하고, 4단계로 예문을 통해 단어의 구체성을 부여한다는 심플한 형식으로만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루어졌다. 그래서 이것 외에는 더 특별히 언급하고 더 깊게 리뷰할 것은 없지만 일단 영단어를 퀴즈 형식으로 소개하고 그것을 유추하고 맞추게 한다는 기존에 보지 못한 독특한 형식으로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이 재미있고, 신선하다. 또 단어를 단독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숙어나 하나의 문장처럼 단어에 구체성을 준다는 점도 단어를 명확하게 머리 속에 연상시키고 기억하게 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