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십대에 오래 사귀다가 서른이 되면서 남자가 헤어지자고 했다며 분노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아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이에 반비례해서 낮아지는 자존감 때문에 삼십대의 이별의 아픔은 이십대 때보다 더 크고 오래 간다. 그리고 이십대 때 한 사람과의 연애기간이 길수록 이별 후의 아픔과 상실감은 더 커진다. 마치 자신의 이십대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이십대의 연애와 삼십대의 연애는 그 무게가 다르다. 앞자리의 숫자가 바뀌었을 뿐인데 연애를 대하는 자세와 이별에 대처하는 마음가짐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무엇보다 이별 후 후유증의 강도가 많이 다르다. 삼십대가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불안해한다. 그 변환점이 되는 것이 스물아홉이다. 그런데 그 스물아홉 생일에 이별을 한 사람이라면 상실감은 곱절이 될 것이다.
[스물아홉 생일에 헤어졌습니다]는 스물아홉 생일날 6년간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고서 이별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저자의 자전적 웹툰이다. 저자는 원래는 "규찌툰"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에 매주 리얼연애 웹툰이라는 형식으로 자신의 실제 연애담을 그려서 올렸는데 무려 4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팔로우했다고 한다. 커플 인플루언서라는 이미지로 꽤나 인지도와 인기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6년만에 헤어지고 나서 ‘생일날 헤어졌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혼찌툰"이라는 웹툰을 인스타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다시 책으로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자신의 연애와 이별을 공개적으로 웹툰의 소재로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자신감이다. 뭐 그만큼 돈이 되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어쨌건 저자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겠다는 의미로 웹툰을 그렸고 많은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스물아홉의 이별이라는 단서를 달아놓았지만 이 책은 꼭 스물아홉이 아니더라도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고 이해할만한 내용들이라서 상당히 공감이 간다. 예전 이별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하고 과거의 내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해서 맞아, 나도 그랬지~ 라는 말을 되뇌이며 정말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물론 저자와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이별 후 겪는 일상의 모습이나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들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서 나에게는 없었던 장면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기본 바탕에 깔려있는 정서에는 크게 공감이 갔기 때문에 정말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체는 배경이나 상세한 묘사라던지 그런 것도 없이 인물 캐릭터만 선으로 묘사한 라인 일러스트처럼 일러스트 삽화처럼 간략하게 그려져 있다. 둥글둥글하니 귀엽고 포근한 느낌이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가 슬픈 이별을 이야기 하니 더욱 아련하고 아프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림도 귀엽지만 역시 이 책은 글귀들에 더욱 눈길이 간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문구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서 꽂힌다. 책은 "내가 태어난 어느 날, 마음이 죽었습니다"라는 글로 출발한다. 마음이 죽었다.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정말 격하게 공감되는 말일 것이다. 이별을 단 하나의 말로 표현하라면 마음이 죽었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겠다. 6년만에 이별을 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게 뭔지 대충 알 것 같다"는 말이 이어진다. 이것도 뭔지 알 것 같다. 연애를 하다보면 이별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날이 오는데 정확한 이유가 있어서 이별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책은 스물아홉 생일 날부터 서른날의 생일까지 즉, 이별후부터 1년 간의 기록이다. 죽을 것 같았던 이별부터 어딜 가건 그 사람이 생각나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지난 날들을 복기하다가 이별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아보며 조금씩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이는 심리적 변화는 이별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일 여년의 시간을 쓸쓸해하고 아파하다가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지며 공감하며 응원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울리고, 작게 감탄하게 하는 글들이 참 좋았다. 인스타에 올린 웹툰이라 그런지 글귀 자체가 인스타용 명언처럼 꽤나 입에 달라붙고, SNS에 써먹기 좋은 그런 형식의 글이어서 따로 적어놓았다가 써먹어도 좋을 것 같다. 스물아홉은 스물을 놓아두고 서른으로 성장하는 인생이 터닝포인트이다. 이별의 아픔도 성장통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십대의 시간과 지나간 사랑을 뒤로하고 성장해가는 저자의 심리가 잘 드러나서 꽤 감동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