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물리나 화학 지식은 일상 생활에서는 거의 쓸일이 없다. 전공이 아닌 이상 일부러 공부를 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물리와 화학이란 과목은 어렵고 복잡해서 그 골치아픈 것을 써먹을 데도 없는데 굳이 졸업 후에 다시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온라인 상의 커뮤니티에서는 이상하게 이런 과학과 관련된 글과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글을 발견하면 이상하게 관심이 가고 그걸 읽고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지적호기심을 충족하는데서 오는 즐거움이나 과학과 관련된 어려운 글을 읽고 이해했다는 자기만족 같은 것을 느끼고 싶은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는 이과, 공대 출신으로 그런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혹은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있는 것 같다.
[시험, 생활, 교양 상식으로 나눠서 배우는 물리화학대백과사전]는 물리와 화학에서의 핵심적인 공식, 정리, 규칙 120가지를 통해 시험, 교양 등 상황에 따라 필요한 물리와 화학 이론을 알려주는 과학책이다. 책에서 다루는 물리와 화학 개념의 난이도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수준이라서 책을 읽어보면 상당수가 예전에 배웠던 기억이 있는 것들이다. 물론 그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런 것을 배웠던 기억이 있다는 수준으로 안면이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저자가 일본사람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교과과정이 한국의 수준과 비슷한 모양이다. 쨌건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와 화학을 다루고 있어서 학생들은 이 책을 읽어두면 수능시험에도 도움이 되겠다. 뿐만 아니라 교양 상식으로 접근하려는 사람도 고등학교 수준이라면 너무 전문적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너무 쉽지도 않고 그 난이도가 적절할 것 같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특이하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20가지의 물리 화학 개념을 각각 교양, 실용, 시험의 세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서 각 항목별로 중요도를 지정하여 상황에 맞게 원하는 것을 읽을 수 있게 정리해 놓았다. 일단 교양은 학생 때 물리와 화학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문과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최소한의 기본 과학지식을 알고 싶을 때 이 교양 항목을 찾아서 읽으면 된다. 실용은 물리와 화학 등이 베이스가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업무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중요도에 체크해놓은 것이고, 시험은 자격 시험이나 수능 등에서 물리와 화학이 필요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 책의 기본 컨셉이 물리와 화학 지식을 일상 생활에서 활용해보자는 것이라는 것을 보고는 과학을 실제 일상에서 적용하기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사실은 조금 회의적이었는데 일상생활이 아니라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업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여서 그런 사람에게는 의외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은 총 일곱 챕터로 물리가 역학ㆍ열역학, 파동, 전자기학, 양자역학의 네 챕터고, 화학은 이론 화학, 무기 화학, 유기 화학의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개념들은 절 단위로 딱 한장으로 정리해 놓았다. 한장으로 다 조져버리니까 어려운 설명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개념만 짧고 굵게 정리한 숏폼 콘텐츠 형식이라서 젊은 세대의 시각에도 잘 맞겠다. 사실 설명이 구구절절 길고 장황하면 MZ세대 뿐만 아니라 옛날 사람도 그런 건 부담스럽다. 그런 점에서 물리와 화학 분야의 중요한 공식과, 정리, 규칙을 개념정리 형식으로 총정리를 해놓았고, 너무 전문적이고 어렵지 않은 물리 화학에서의 기초가 되는 이론들을 다루고 있어서 가볍게 읽으면서 물리 화학의 핵심 개념들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이 고등학교 수준이라지만 역시 좀 어려운 파트도 있다. 특히 물리 공식이 나오는 부분은 아무래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교양 차원에서 책을 읽는다면 굳이 공식들을 다 암기할 필요는 없이 원리와 개요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읽고 넘어가면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각 챕터가 시작하기 전에 해당 챕터에서 다루는 내용의 개요나 학습 목표 같은 것을 제시하고 교양독자, 업무독자, 수험생이 알아야 할 점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어서 어떤 측면으로 책을 읽으면 좋을지 알려주는 부분이 좋았다. 내용에 따라 비지니스라는 코너가 들어가 있기도 하는데 그 파트에서 다루는 물리 화학 개념을 현실에서 활용하는 실제 사례와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어서 물리와 화학이 어떻게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보통 물리나 화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이론적으로만 개념 정리를 해왔기 때문에 그런 개념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 코너를 통해 우리가 공부한 이론들이 어떻게 실제로 응용되는지도 알아보고 우리의 일상생황에서 물리와 화학의 개념과 원리를 찾아보며 과학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감각을 기를 수도 있어서 좀 유익하다. 이 비지니스 코너는 교양 상식적인 측면이 특히 강조된 내용들이라서 알아두면 어디가서 아는척 유식한 척하기 좋을 것 같다.
아주 깊이 있는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아니라 물리와 화학 분야에서 기본이 되면서도 꼭 알아야하는 배경지식이 되는 기초적인 개념과 원리를 수록해놓았기 때문에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하고, 적어도 이 정도만이라도 알면 괜찮다는 수준의 내용들이라서 과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기본이 되는 최소한의 과학 지식을 쌓기에 아주 적절하다. 핵심만 뽑아서 정리를 해놓았기 때문에 어려운 설명에 대한 걱정 없이 개념 정리를 쉽게 할 수 있어서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던 공식, 법칙, 명칭들이지만 정확히 그게 뭔지는 몰랐는데 책을 통해 대략적이지만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계속 나와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잘 읽힌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