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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바람

[도서] 또 다른 바람

어슐러 K. 르귄 저/최준영,이지연 공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죽은 자들이 산 사람을 부르고 있다.  수선술사 오리나무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어둠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비탈 둘러쳐진 돌담 저편에서 죽은 자들의 손짓과 소리가 들려온다.  그를 잡아 끌어당기는 저편의 죽은 자들, 오리나무는 잠들기가 두렵다.  로크 섬의 조형사 아즈버에게서 그는 대현자를 찾아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대현자, 죽은 자들이 있는 언덕비탈 돌담의 저편에 갔다가 살아 돌아온 자인 게드.  하지만 이후 자신의 모든 능력을 잃고 평범한 한 노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전설의 대현자 새매는 찾아온 오리나무의 꿈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양딸과 아내가 있는 해브너로 가라고 한다.  양딸 테하누는 오리나무의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줄 것이며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브너 그곳의 궁전에서 기거하고 있는 테하누와 새매의 아내 테나, 왕인 레반넨의 요청의 의해 잠시 와 있다.  용이 출몰하여 피해를 입고 있는 레반넨, 용인 칼레신의 딸이라고 불리는 테하누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테하누의 중재로 용들과 몇 달간의 휴전을 갖게 되는 해브너, 그러나 레반넨은 자신의 나라가 용들에게서 언제까지나 평화롭기를 바란다.  그 평화의 시간이 영원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 그는 테하누와 테나, 용인 이리안, 오리나무, 마법사 오닉스, 정혼자 세세락 등과 함께 다시 로크 섬으로 조형사 아즈버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서게 된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에 용들과 인간들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인간들은 창조의 언어에 대한 앎을 포기한 채 손으로 하는 온갖 재주와 기술과 소유권을 얻으며 살고자 했다.  창조의 언어를 지키고자 한 용들은 서쪽으로 갔고, 인간들은 동쪽으로 가면서 용과 인간들은 더이상 같은 언어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언어의 소통을 이룰 수도 없었다.  그리고 죽음이 두려웠던 인간들은 영원히 살아가는 것에 대한 욕심도 가지게 된다.  영원히 산다는 것은 인간의 육체로는 이룰 수 없는 일, 인간의 영혼들에게 추구할 수 있는 일이다.  영원한 삶, 그것을 원했던 인간들은 영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이든 용이든 살아 있는 육체가 넘어올 수 없도록 담장을 만들었다.  시간을 초월한 영생의 공간, 영원한 자아가 살아있는 지상 낙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서쪽 너머의 서쪽 그곳에 담장을 설치함으로 더이상의 바람이 불어 들어올 수 없어 바닷물도 샘물도 흐르기를 멈추고, 햇살이 비쳐들지 않아 메마른 어둠의 땅이 되어버렸다.  지상낙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서쪽 너머의 서쪽 그곳은 사막과 같은 마름과 칠흑같은 어둠의 두려움이 삭막함의 절정을 이루는 차라리 죽음을 더 갈구하게 되어버리는 지옥이 되어 버렸다.  바로 그곳에서의 손짓과 소리를 꿈 속에서 듣게되는 오리나무,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길라잡이로 선택된 자인 것이다.  

 

 [이름은 그 영혼의 진실, 그것의 자아입니다. /353쪽]

  어슐러 르 귄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가이다.  판타지라면 단순히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의 종합이라면서 흥미적인 재밋거리 이외는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판타지의 소설 속에서도 인생의 지혜와 내밀한 철학을 만날 수 있다는 충격적인 감동의 열매, 감당하기 벅찬 심장의 두근거림에 젖어드는 행복감으로 단박에 어슐러 르 귄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릴 것이다.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가 판타지 소설 속에서 아니 그녀가 들려주는 이 어스시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 인생의 깊이가 성장해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혹은 들려주는 인생의 지혜속에서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소장 가치 100%라고 생각하는 어스시 전집 중에서 이번 책은 그 여섯 번째의 이야기이다.  나에게 처음에는 먹먹함으로 그 다음에는 깨달음으로 다가온 대현자 게드, 그의 아내 아투안의 무녀였던 테나 그리고 그들의 양딸인 테하누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바람>은 역시나 삶이라는 것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의 시간들을 갖게 해준다.   

 

  판타지 소설이 안겨주는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현실의 지쳐버린 심신을 위안받고,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를 통해서 인생의 지혜도 얻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또 다른 바람>, 재미와 인생에 대한 철학을 되씹어보는 소중한 시간을 안겨줄 것이다.  참고로 어슐러 르 귄은 어스시 이야기 여섯 권을 쓰는데  30년이 넘게 걸렸다.  위대한 마법사의 어린 소년시절을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어스시 이야기, 출판사와의 인터뷰를 보니 네번 째 이야기인<테하누>가 마지막 편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작가 자신 안에 어스시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또 다른 바람>까지 다시 쓰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시절부터 노자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어슐러 르 귄, 그래서 일까.  그녀가 판타지 소설 속에서 풀어주는 인생의 지혜가 더욱 와닿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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