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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우유와 소보로빵

[도서]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카롤린 필립스 저/전은경 역/허구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을 읽기 전에 몇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우리는, 인종차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나라 사람들도 인종차별을 당할까? 영미권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 그런 곳도 있긴한데 그래도 무시 당한다. 는 류의 경험이나 풍문으로 전해들은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도 아베ㅋㄹ비 라는 의류 브랜드 모델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사진을 찍은 탓에 한편에서 불매운동을 한다고 하는 등의 일도 있었고, 스타ㅂ스 커피 브랜드 직원이 주문자 이름 대신 동양인의 위로 찢어진 눈을 뜻하는 그림을 그려넣어 논란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생각만해도 분해서 '못된 놈들'소리가 나오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혹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묻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나라 사람들도 인종차별을 할까? 에 대한 답은 어떻게 될까. 지하철을 탔을 때, 백인의 옆자리, 흑인의 옆자리, 동남아인의 옆자리가 비었다면 어디에 앉을 것인가. 하는 간단한 질문이나 애초에 한국인 옆자리도 비었다면 다른 나라 사람 옆자리에 굳이 앉으려 할 것인가 라는 의문도 생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옆자리 앉기 조차도 어느 자리 옆을 앉을 것인지 선택하는 기준에 차별적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자문자답도 해본다. 양심적으로 생각했을때, 분명 차별하는 마음이 있다. 앞에 나서서 화염병을 던지고 면대면으로 비하하는 말을 내뱉은 것이 아니라도 은연중 마음 한 쪽에 외국인은 피하고 싶거나, 나와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솔직하게. 이런 양심고백을 하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면, 우리나라도 확실히 인종차별의 청정국가는 아니다. 어디서는 당할 수 있지만, 어디선 가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을 읽으면서 인종에 대한 문제도 생각을 해보게 됐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제도 생각하게 되었다. 주인공 샘은 독일에 살고 있는 독일인 소년이다. 샘에게는 소냐라는 친구가 있고 보리스라는 같은 반 경쟁상대도 있다. 바쁜 샘의 부모님을 대신 소냐의 가족이 샘과 함께 국경일 축제에 가기로 한 날, 혼자 집에 남아 소냐를 기다리던 샘네 집근처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샘의 동네에 있는 집들을 향해 돌과 붉은 물감, 화염병을 던져댔다. 그들이 일으킨 소란에 그들 외에 다른 사람들도 밖으로 나와 벌어지고 있는 일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무자비한 공격을 가하고 있는데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창문 가에 선 샘을 발견한 그들은 "저기, 깜둥이다!"라고 외치며 샘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12살 어린 샘을 향해 공격하는 그들을 막아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경꾼들 중에는 샘과 같은 반인 보리스라는 소년과 그 애의 아버지도 있었다.

 

 [ 샘은 창문 옆에 서서 밖을 내다보다가, 소냐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소냐는 조심스럽게 창문 쪽으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소년들 중 한 명이 몸을 숙이고 바닥에서 돌을 집에 들었다. 다른 손에는 맥주병이 들려 있었다. 금세라도 샘의 집 창문을 향해 돌을 던질 태세였다.

 바로 그 때, 소냐가 창문을 활짝 열고 머리를 밖으로 내밀었다. 돌을 던지려던 소년은 금발에 흰 피부의 소녀가 창문에 나타나자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멈칫거렸다. ]

 

 샘은 독일에서 태어나 자란 독일 사람이지만 흑인인 부모님을 둔 흑인 아이이다. 때문에 샘은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피부색과 생김새 등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흑인들은 게으르거나 독일보다 덜 발전된 곳에서 살다왔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고 놀림받는다. 누가 교육한 것도 아닌데 차이는 곧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다름을 향한 잔인함이 엿보이는 듯해 읽으면서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샘의 가족처럼 여러 사정으로 인해 자신의 나라를 떠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독일에 온 이주민들 문제도 떠올랐다. 그들을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아 기생하는 존재로 치부하여 골칫덩이처럼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이야기 속에서 문제제기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적인 마음에 호소하여 무조건 그저 다른이를 인정하고 잘해주기만을 종용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외국인들을 향한 혜택이나 개방은 자국민의 생존권이나 이익에 영향을 주는 문제가 맞기도 하다. 하지만 그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해도 샘이 당하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차별은 해결 방안이 되지 않는다. 샘은 그저 열두살의 무고한 소년만이 아니라, 모든 다른 외모의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전부 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당하는 차별과 폭력은 사회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의 해결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면대면의 관계를 맺기 전에는 우리와 그들로 나뉘어진 채 서로를 이해하거나 가깝게 느끼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차이만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그 차이를 더 깊고 멀게 만들기 위해서 애썼다. 하지만 개인 대 개인의 관계로 서로를 마주했을 때 우리와 그들이었던 사이도 너와 나,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을 보리스의 아빠가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지 지켜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 샘은 검은 눈동자를 들어 보리스 아빠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소년들이 다시 온다면...... 그들이 샘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이렇게 어린 아이가, 그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불안하게 살아야 한다니......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군.'

 보리스 아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가는 게 좋겠다. 너무...... 위험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그 소년들이 다시 올지도 몰라." ]

 

 전에 "내 이름은 욤비"라는 책을 쓴 저자 욤비씨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을 읽으면서 강연 때 느꼈던 것들이 다시 떠올랐다. 욤비씨가 낯선 나라 한국에 오게 되면서 겪었던 일들이 애정으로 잘 감싸였으면서도 얼마나 날카롭게 튀어나와 읽는 이의 양심을 찌르는 부분이 많았는지 모른다.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 중 하나를 감동적이고 잘 정돈된 호흡으로 전할 수 있는 좋은 아동 도서이다. 어른들은 "내 이름은 욤비"라는 책을 읽기를 권하고, 아이에게는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을 읽히길 권한다. 다른 책이지만 같은 것을 느끼고 감상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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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추천하는 도서

 

내 이름은 욤비

욤비 토나 저
이후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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