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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공간, 없는 공간

[도서] 있는 공간, 없는 공간

유정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읽는 내내 어마어마한 희열을 느낀 책이다. 깊이 빨려들어가면서 읽었다. 저자가 대표로 있는 ‘글로우 서울’에서 만든 공간들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다녀왔던 핫플레이스와 힙한 동네들이 떠올랐고, 동시에 그곳이 내게 선사한 경험들과 강한 인상들이 하나씩 다시 솟아 올라오면서 기억 저편에 밀려있던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책 표지에는 저자를 ‘죽은 상권도 살리는 공간의 신’이라고 표현했다. 가히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극이나 영화를 보면 무대연출이나 감독의 스토리 연출력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전체를 볼 수 있는 눈과 더불어 작은 부분 디테일까지 챙기는 섬세함, 그리고 이를 관객의 관점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특정 공간을 구현해내는 능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전체 공간의 컨셉을 잡고 건물 전체 구조의 큰 설계와 그 안의 세부적인 구성 요소들이 컨셉에 따라 통일감을 이뤄내면서, 이것이 그 공간을 방문하는 방문객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세계관’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책을 읽으면서 공간을 구현하는 저자의 시야가 정말 넓고 균형이 잡혀있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방문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는데, 과거의 핫플레이스는 깔끔하고 새것 같은 느낌에 예쁘게 라떼아트로 꾸며진 예쁜 음료가 제공되고 포토스팟이 있는 정도여서 방문한 사람 본인이 공주같이 보이는 사진을 남겨 SNS에 올리는 정도였다면, 최근의 트렌드는 공간 자체가 들어갈 때부터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는 느낌이 들면서 보는 자체로도 ‘아름다운’ 공간에서 방문한 사람이 그 ‘아름다움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준다.

저자는 이러한 공간을 만드는 전략을 ‘6대 4의 법칙’, ‘선택과 집중의 법칙’, ‘차원 진화의 법칙’, ‘최대 부피의 법칙’, ‘경계 지우기의 법칙’, ‘세계관 구현의 법칙’의 6가지로 설명했다. 상업용 공간은 주거용이나 업무용과 달리 사람들이 그곳에 잠깐 방문해서 짧은 시간 머무르기 때문에 오히려 건축 자재의 고급화보다는 강렬한 인상과 경험이 요구된다. 가성비에서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온라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 방문하는 사람의 소중한 시간의 가치가 보상받을 수 있을만한 경험을 선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업공간이나 연면적 등에 욕심을 내기보다 공간을 아끼지 않고 활용하는 높은 층고와 넓은 유휴공간, 고객이 방문하게 하는 ‘원더’의 존재와 중심에 위치하는 오브제, 그리고 건축 설계에 통일되는 건축물과 조경 등 전체의 자연스러운 조화 등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높은 수준의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움직임이 있는 오브제를 중앙에 배치해서 해당 공간에 시간까지 끌어오는 차원의 업그레이드 까지. 공간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재탄생 시킬 수 있음을 느꼈다. 공간에 시간의 차원까지 끌어와 구현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이 사람의 생각은 우주까지 뻗어나가는구나.’ 생각했는데 우주과학 전공이라는 글을 보고 피식했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다가오는 미래’라는 말을 내켜하지 않는다면서 미래는 우리가 스스로의 발걸음으로 ‘다가가야 하는’ 곳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말이 참 인상깊었다. 그동안 상권분석과 입지분석 책을 보면서도 채워지지 않던 한 부분이 이 책을 통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특정 상권 안에 특정 입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제공하는 경험의 가치가 더해져야 젠트리피케이션을 넘어서는 상가의 가치가 완성된다. 내가 구현한 공간이 방문객들의 가슴속에 깊이 파고든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오랜만에 고무되는 책을 만나서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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