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도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정지우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가끔 생각한다. SNS 세계가 가끔은 더 현실 같다고. 아. 아니. 더 현실이라고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너무 지루하다. 잔인하고 좌절스럽다. 하지만 SNS는 달콤하다. 예쁘게 장식된 딸기 치즈 케이크처럼. 그러면서도 끝없는 우주 같다. 계속 연결된다. 새롭고 시선을 잡아 끈다. 벗어날 수 없게. 도망갈 수 없게.





생각해보면,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이런 세상은 없었다. 세계는 작았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누군가의 하루는 그냥 잊혀졌다. 작은 일기장에 혼자 간직하거나 어쩌다 찍는 필름 사진 속에 남겨졌을 뿐. 우리는 우리 안의 작은 세계 속에 살았다.


어느샌가 시대가 변했다. 문화가 변하니 삶도 변하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와는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특히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 때 IMF를 맞이했으며, 대학 무렵 스마트폰을 마주한 나 같은 세대. 80년대 초중반의 사람들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이 변화를 만났다. 물론 이런 변화는 모든 세대가 마찬가지긴 하지만. 가치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큰 변화를 맞이한 이들.



이들을 사회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라 부른다.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다양하다. 학자마다 다르다. 하지만 이전 세대인 X세대와 비교해보면 더 확실히 드러나는데, 어떤 이들은 이 둘을 이렇게 비교했다.


X세대의 경우에는

"나는 남과 다르다." 고 말한다.

한편 밀레니얼 세대는

"나는 나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나는 특별하다고까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은 그냥 나는 나 자신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냥 너는 너. 나는 나인 것이다. 이렇듯 자신을 중시하면서도 튀려고 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생각할까?


밀레니얼 세대는 특징은 분열증이다.


분열. 이들은 자라면서 정반대의 세계관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분열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로.



이들이 어렸을 땐 세상이 아름다웠다. 민주화가 시작되었고, 서태지가 등장했다. 꿈을 외치고 해외여행을 떠나기 시작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꿈을 좇기를 요구받았다. X세대가 만들어 놓은 '나는 특별해'라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자기 자신의 꿈을 찾았다. 나도 생각난다. 어렸을 때 꿈이 지금처럼 의사이거나 공무원인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다들 자기 나름의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꿈이 거짓에 불과하다는 듯이, IMF는 삶을 막 시작하려는 그들에게 불안감과 공포를 심어주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 꿈만 가지고는 살 수 없지. 현실과 타협해야 해. 밀레니얼 세대는 어릴 때 만들어진 공상 같은 꿈과 사춘기 때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 분열한다. 이쪽 저쪽에도 속할 수 없는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분열증의 특성을 꼽자면

환각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밀레니얼 세대는 환각에 시달린다. 그 환각은 어린 시절의 꿈이기도 하고, 이상적인 현실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 환각 중 특히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에 집중한다. 우리 세대는 최악의 양극화에 시달리는 시대의 청년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측면에서는 지극히 평준화된 이미지를 누리고 있다. 바로 SNS를 통해서이다.


어떤 이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보장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 시대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부터 시작해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이 둘은 무척 다른 세계에 속해있다. 하지만 이 둘이 함께 가지는 묘한 '평등' 이 있다. 그것은 이 시대 청춘이라면 마땅히 누리는 것들, 이른바 '핫한' 것들을 함께 즐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무리 알바를 전전하는 사람이어도, 가끔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호캉스'를 즐긴다. 모두 같은 '아이폰'을 사고, 가끔 '핫한' 카페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옷은 몇 천 원짜리를 사 입지만, 명품 가방이나 시계 하나쯤은 산다.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살지만 가끔은 비슷해 보인다. 특히 SNS 세계 속에서는 더 그렇다.


이런 우리를 가장 깊은 우울로 떨어뜨리는 때는 언제일까. 저자는 SNS를 볼 때. 라고 말한다. 인스타그램을 켜면 화려한 이미지로 도배되어 있다. 휴가 때 다녀온 베트남 풍경, 달콤한 디저트를 맛보며 웃는 얼굴들, 그곳에선 모두 행복해 보인다. 그래서 우울해진다. 나는 왜 이러고 있지. 내 삶은 실패한 걸까. 우리는 어서 빨리 자신도 그 '이미지'에 속하기를 바란다.


SNS 속 이미지는 계속된다. 잡으려 해도 잡히질 않는다. 우리는 삶에서 이뤄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불안해진다. 끊임없이 사진들이 유혹한다. 그 공간을 떠날 수 없게 만든다. 점차 강박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SNS와 현실 사이의 작은 공간을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한다. 어느 쪽이 현실에 더 가까운 걸까? 어느 쪽을 더 진짜 삶이라고 느끼는 걸까? 진짜 삶이 있긴 하는 걸까?






사실, 그렇다. SNS 안 하는 사람 요즘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SNS는 좋든 싫든, 이미 우리 삶의 배경화면이 되어 버렸다. 불안이 우리 삶의 배경음악이듯이. 따라서 중요한 것은 '조화와 균형'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 두 발을 두면서 이미지를 적당히 쫓는 것. 이미 이미지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즐기되 중독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아. 어렵다.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인문학자의 목소리가 궁금하다면 읽어보기 좋다. 그의 고민은 우리의 고민이기도, 시대의 고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밀레니얼 세대의 작가의 책이라 공감도 많이 된다. 반갑다. 내가 하고 싶은 말 같다. 이 책을 통해 길을 잃은 우리 세대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