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산다. 그런데 그들의 학식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그의 사람됨을 알고 싶을 뿐." -몽테뉴- 글 잘 쓰는 비법 같은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나는 '글 잘 쓰는 사람', '작가'라는 사람들이 참 궁금했다. 그들은 대체 어떤 재능을 타고났길래, 나를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드는가? 그들의 글에는 무슨 마법이 숨어 있는가?
<글쓰기의 힘>은 이런 질문에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 명의 '글쟁이들' 이야기를 담았다. 소셜 미디어부터 서평, 영화 리뷰, 여행기, 자기소개서, 논술 등 분야도 참 다양하다. 또한 이 책은 '글쓰기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담았다. 우리가 '왜' 써야 하는지, 글쓰기를 통해 '무엇을' 얻게 되는지, 여러 저자가 각기 다른 목소리로 말해준다. 이 중, '서평 쓰기'를 말한 '이현우' 교수 부분과 '삶을 치유하는 글쓰기'를 말한 '하지현' 교수 부분을 옮겨놔 본다.
서평 쓰기는 품앗이다. 이현우: 서평가. <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서평가 이현우
비평과 서평은 확연하게 갈라진다. 비평은 독자들이 같은 책을 두 번 읽게끔, 다시 읽게끔 하는 것이라면, 서평은 읽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판단하는 자료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비평이 재독의 권유라면, 서평은 일독의 제안이다. 그러므로 비평과 서평은 상대하는 독자가 다르다.
그렇다면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건 읽어보고 싶다' 거나 '이건 안 읽어도 되겠어' 라는 판단이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 서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즉, 서평의 가치는 독자에 의해서 결정된다. '통하였느냐?'라는 것이다. 서평 쓰기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책을 읽는 능력, 즉 독서력이다. 우리는 읽고 소화한 만큼 쓸 수 있다. 또한 이는 책이 놓여 있는 자리를 살펴봄으로써 얻을 수 있다.
저자의 맥락, 다른 대표작과의 차이점, 혹은 책이 발표된 시대, 그리고 주제.
전무후무한 책은 세상에 많지 않다. 대부분의 책은 앞뒤로 연결돼 있으며 주제에 따라 계보를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서평을 쓴다면 시간은 최대세 시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우리에겐 읽어야 할 또 다른 책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삶을 치유하는 글쓰기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 <심야 치유 식당> 저자.
정신과 교수 하지현
'치유'로서의 글쓰기란 무엇일까?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에게 '먼저 얘기하고 나중에 생각하라' 고 권한다. 환자가 자기 입으로 얘기를 꺼내면서 의식의 바닥까지 긁는 경험을 해야, 환자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글을 읽고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좋은 책을 읽고 나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내가 그때까지 생각해내지 못 했던 내 마음속의 엑기스가 튀어나올 수 있다. 따라서 '치유'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오토 랑크는, "창작의 근원은 주체할 수 없는 갈등이고, 이를 작가의 재능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 내용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이런 행동은 무의식적 자가 치유의 길로 이끌어간다." 고 말했다. 소설 쓰기는 당시 그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일 뿐 아니라 자가 치유 기능도 했다는 것이다. 치유적 글이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작가가 유독 특별한 인생살이를 쓰고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독자에게 시간 저편 깊숙이 묻어두었던 자기만의 기억을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작가가 글을 쓰면서 경험했을 치유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이 밖에다른 저자들이 말하는 비법으로는 -간결한 문장을 써라 -단락과 단락 사이 긴장감을 주어라. -책 전체가 하나의 완결된 서사가 되도록 하라 -다양한 수식어를 익혀라 -구체적인 데이터를 활용해라 -책을 많이 읽고 써라 -글을 쓰기 전 논리적 구조를 어느 정도 정해라 -글을 살짝 비틀어서 독자에게 여유를 주어라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해라 -'독서, 관찰, 사색'을 통해 글을 써라. 등이 있다.
"사실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삶으로 살아낸 글을 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개정판 서문을 쓴 장동석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단 하나의 '정답'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저자는 '삶으로 쓰는 글쓰기'를 강조한다. 삶으로 살아낸 글만이 읽는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 글로 인해 삶이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성' 일 지도 모른다. 헤밍웨이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글은 진실한 글이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그 이야기의 진실성은 작가가 지닌 삶에 대한 지식의 양과 진지함의 정도에 비례한다." 그러니 다가오는 2016년에는 우리 모두 진지하고 진실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글을 한 번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