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펫'은 일본에서 드라마화 시켰던 원작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능력있지만 딱딱한 커리어우먼 여자와 귀여운 발레리노 남자의 러브스토리로 10~11회 분량의 드라마에서 차츰차츰 두 사람간의 교감을 겪는 과정이 재미있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유명했다. 한국에서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히 이야기가 나왔던 작품이고,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제작된다는 말에 살짝 의아했던 결정이기도 했다.
사실 '펫'으로 사람을 키워나간다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펫'으로 받아들여지고, 어색한 남녀의 동거아닌 동거가 연출된다. 드라마에서는 그 과정이 판타지 스럽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이 나타나지만, 영화에서는 그 과정이 생략되면서 뚝딱 갑자기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딱딱하고 보수적인 여자가 펫을 허용해버리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분량에서 다소간 아쉬움이 있었지만 배역의 캐스팅은 적절했다고 판단한다. 김하늘은 신선하게 이번에도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새롭게 변신했고, 의상 하나하나 시선을 사로잡는 모습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장근석 역시 때론 귀여우면서 적절히 남성스러움을 표현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안타깝지만 '너는 펫'은 영화 분량을 20분만 더 늘려서 감정선과 개연성을 조금만 더 살렸더라도, 영화를 보고 나서 붕 뜨는 느낌은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드라마 원작을 이미 봐서 그런지 잘려나간 장면들 중 안타까운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겨울, 시간을 가볍게 보내면서 보기에는 무난하고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