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알파걸은 통제광과의 로맨스를 꿈꿀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선정적이지만 그렇게 야하지는 않다. 고작 시리즈의 1부만 읽었을 뿐인 내가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 스포츠신문에 연재되는 소설이나 인터넷에 *.txt 파일로 떠돌아다니는 저자 모를 저작물들을 몇 편만 들춰본다면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애칭을 달고 다니는 그레이씨가 달리 보이리라. 뭐 그렇다. 나는 일전에 그레이씨를 만나고 그를 내게 강력 추천한 인터넷서점 MD에게 도전적인 투정을 남긴 적이 있다. 사실 내가 그레이씨를 읽고 기함했던 이유는 노골적인 성...

2012.11.14 공감 횟수 4 댓글 수 0

리뷰 “뭐야, 그거. 혹성탈출이냐?”

“뭐야, 그거. 혹성탈출이냐?”   혹성탈출이라. 아, 그 영화를 말하는 건가? 갖은 고생 끝에 지구에 돌아왔더니 링컨 동상에 원숭이가 앉아있더라는. 그 영화 참 충격적이었다. 어릴 적 봐서 줄거리는 가물가물 하지만 그 엔딩 장면만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금요일 밤, 저녁도 못 먹고 고속도로를 달려 집에 가던 길이었다. 벅스 차트에 오른 가요를 무감각하게 틀어놓고는, 일차선을 밟았으면서 속력을 내지 못하는 소렌토와 깜빡이도 안 넣고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이차선 모닝을 욕하면서 떠들다가 문득...

2012.11.12 공감 횟수 0 댓글 수 2

리뷰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는 단 한편의 필름

“모두 다 속여주마. 모두 다 말이야. ―알겠나?”   예고편에서 이 대사를 읽었을 때 사실 소름이 좀 돋았다. 그것이 어떤 소름이었느냐 하면은 시쳇말로 ‘헐, 돋네’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은 소름이었다. 좀 낯간지러웠달 까. 초반에 서술트릭 같은 추리소설 기법을 영화에서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화자인 다치하라가 여러 영화를 예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 예로 드는 작품들이 좀 생소해서 그림이 잘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에 갑자기 스텝의 목소리가 끼어들거나 갑자...

2012.10.15 공감 횟수 1 댓글 수 2

리뷰 가족에 대한 이상과 환상 그리고 고전소설에 대한 보이지 않는 금줄

    내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는 딱 세 가지의 책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읽은 책과 내가 안 읽은 책 그리고 내가 읽었다고 착각 하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내가 세상의 책은 분류하는 카테고리로 삼은 세 종류의 폴더 가운데 가장 빈약한 것은 ‘읽은 책’ 폴더이다. 노파심에 밝혀 두건대 나는 딱히 이 세상 모든 책들을 읽어주겠다는 다부진 야망을 가진 독서광은 아니다. 그러므로 ‘읽은 책’ 폴더와 ‘안 읽은 책’ 폴더 사이의 엄청난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죄책감을 느낀다거나 자학 한다거나 하는 타입은 아닌 ...

2012.10.11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만약 지금 우울하다면

  어느 날은 정말 이상하게 기분 나쁜 일들만 줄줄이 일어났다. ‘오늘은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네, 스트레스나 풀자’는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오랜만에 야구 중계를 봤는데 내가 응원하는 팀이 정말 거짓말 같이 9회 말에 역전당해 졌다. 그때까지 한껏 고양됐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으면서 그날 하루 시달렸던 온갖 불쾌한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난데없이 자괴감이 밀려오면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다. 그런 어두운 감정들이 갑자기 흘러넘치자 헛구역질이 나고 지끈한 두통이 밀려왔다.   &nbs...

2012.09.18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불행의 꼬리를 밟은 사람들

  불행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저 이유 없이 갑자기 누군가의 앞에 나타나 한사람의 인생을 한껏 휘저어 놓고 유유히 사라질 뿐이다. 불행에 치인 사람은 보이지 않는 내상을 입게 되는데, 문제는 불행으로 인한 내상을 입는 사람이 비단 불행을 직접 맞닥들인 사람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 사람의 행복한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상실감, 출처를 알 수 없는 죄책감 등 모든 부정적이고 어두운 감정들이 불행을 당한 사람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생겨나 마음속에 크고 작은 균열을 만들어낸다. ...

2012.08.30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그녀들의 리얼 농촌 라이프

그녀들의 리얼 농촌 라이프   "니네집은 시골이라 좋겠다."     그래 좋다. 우리집에서 먹는 채소며 곡식은 전부 유기농이다. 밭에서 직접 길러다 먹고 논에서 직접 추수해 도정한 쌀을 먹고 있으니까 말이다. 철마다 옥수수, 토마토, 고구마, 밤 등등 주전부리도 남아날 정도로 넉넉하다. 참기름, 들기름? 깨 길러서 방앗간 가져가 직접 짜다 먹는다. 중국산이 다 뭐냐. 우리집은 그런거 모른다. 집 근처에는 블루베리, 포도, 머루, 자두, 복숭아 나무도 있다. 약 안처도 열매...

2012.08.29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예루살렘에서의 1년

    옆집 아줌마가 무속신앙에 깊이 빠져 있어서 철마다 굿판을 벌이든, 앞집 아저씨네가 제사를 안 지내든, 뒷집 아가씨가 가슴에 손가락만 한 불상을 품고 다니든 아무 상관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내가 지나다니는 길을 지나다닐 수 없다거나, 내가 가는 마트에서 물건을 살 수 없다거나, 내가 이용하는 버스에 몸을 싣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종교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고, 종교 때문에 왕래할 수 없는 지역이 생기고, 종교 때문에 일상 속에서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제약을 받아야 하는 생활이라니 상상이나 할 수 ...

2012.08.27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유럽 근현대사를 정리해 보는 시간

솔직히, 읽는 재미는 없다. '역사서가 뭐 다 그렇지, 역사서가 소설도 아니고 재미를 바라겠느냐' 라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재미있는 역사서’라고 분류하기에는 이 책은 좀 딱딱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정말 괜찮다고 느껴졌던 것은 가장 다이나믹했던 1789년부터 1989년까지의 유럽을 참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명은 늘어지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꼼꼼하게 주요한 사건들이나 인물들에 대해 조목조목 언급해 주고 있다. 설명을 천천히 따라가며 읽다보니 어렴풋하게 동동 떠다녔던...

2012.08.06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법은 정의로운가?

선생님께서는 ‘울지 않으면 젓주지 않는다’ 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팔자에도 없는 ‘법’ 수업을 들으며 아리송한 그분의 강의내용 중에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울지 않으면 젓주지 않는다. 왜? 울기 전에 젓주는 모성애는 없는 걸까? 이 말은 요컨대 법의 생리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호소하지 않는 자는 구제받을 수 없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고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자발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다지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낱 종잇장에 새겨진 검정 잉크에 불과한, 그래서 때때로 무기력할...

2012.07.23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하다 하다 사회’에서 행복한 무능력자로 살아남기

  ‘할 일’ 목록 작성하기는 모든 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하거나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을 종이에 적고, 때로는 필요에 따라서 시간계획도 세워서 목록화하면 일을 진행하는데 훨씬 수월하다. 중간에 무얼 할까 허둥대는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버리는 시간이 적다는 것이 이 과정의 최대의 장점이다. 버리는 시간이 적다는 것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고, 집중하는 시간이 길면 주어진 시간 내에 좀 더 많은 일들을 해치울 수 있다. 얼마나 효율적이며 생산적인가. ...

2012.07.09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환영은 결코…….

폭풍우 치는 밤, 프랑스 바르비종의 샤토 샹탈에서 마음속 깊숙이 살의를 품은 두 남녀가 조우한다. 정전된 가게 안에서 마음속의 어둠을 털어놓은 두 남녀는 서로에게 강한 동지애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황홀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운명과도 같은 만남을 잊지 못한 채 귀국한 남자는 여자를 생각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남자에게 의문의 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하고, 남자가 증오해 마지않던 교수가 독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의문의 편지 덕택으로 견고한 알리바이를 갖게 된 남자는 교수 독살사건의 용의선상에서 제외되고, 남자는 비로...

2012.06.13 공감 횟수 3 댓글 수 0

리뷰 나에게는 오직 당신만이 당신.

  언젠가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너희들이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러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희들을 손가락질하고 미워하더라도, 엄마 아빠는 끝까지 너희를 편이고 변함없이 사랑할 거라고. 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그 말처럼 가슴을 울리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때 느꼈던 커다란 감동과 미묘한 공포를 잊지 못한다. 아마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다시는 들어보지 못하리라. 무모할 정도의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나는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받고 있구나. 아마 나는 죽었다 깨어나는 일이 있더라도 ...

2012.06.06 공감 횟수 2 댓글 수 0

리뷰 작지만 특별한 공간, 독일인의 2평짜리 부엌에 대하여

‘부엌’이라는 말은 왠지 은밀한 냄새가 난다. 아닌 게 아니라, 부엌은 집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하며 낯선 이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배타적인 공간이다. 음식을 만들고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휴식하기도 하는 부엌은 가사일의 대부분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침실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전통적으로, 부엌은 그런 곳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사는 집이 드물어지기 시작한 것이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요즘은 4인 가정을 구경하기도 힘들어 지는 듯하다. 1~2인 거주 가구의 증...

2012.05.21 공감 횟수 0 댓글 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