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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소녀들

[도서] 불타는 소녀들

C. J. 튜더 저/이은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버닝 걸스는 순교자를 상징하는 나뭇가지 인형이다. 채플 크로프트는 서식스에 있는 작은 마을로, 메리 여왕의 신교도 박해로 화형당한 여덟 명의 주민들을 기리기 위해 버닝 걸스를 만들어 처형 추모일에 불태우는 기괴한 전통이 있다. 이 폐쇄적이고 종교적인 작은 공동체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세간에 오르내렸던 잭 브룩스 신부가 임시사제로 부임해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줄만 알았던 마을에서는 500년 전 순교자 사건뿐만 아니라, 30년 전에는 두 명의 소녀가 증발하듯 실종된 사건이 있었고, 30년 전 사건에 관심을 보인 전임 사제가 갑자기 자살을 하는 등 나쁜 일들이 끊이질 않았다. 마치 앞으로 벌어질 불길한 무언가를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잭 신부와 그의 딸 플로는 500년 전 화형당한 순교자들의 환영을 목격하는데…….

 

 비밀스러운 동네에 비밀스러운 인물들

 

폐쇄된 공동체에 외부인이 들어와 감춰진 진실이나 묻혔던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는 전개는 스릴러 소설의 단골 소재인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충격적인 비밀이 튀어나올지 마음 졸여가며 읽게 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주인공마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듯 하다면? 아무리 두꺼워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이 그렇다.

 

이전 부임지에서 불행한 사건에 연루되어 매스컴에 얼굴이 팔리게 된 잭 신부가 도피하듯 부임한 채플 크로포드는 비밀도 많고 사건사고도 많은 곳이다. 이전의 사건도 있어 조용히 생활하고자 하지만 지역 유지는 묘하게 교회에 적대적이어서 자꾸 대립하게 되고, 누군가 자꾸 주변을 맴돌며 위협인지 경고인지 모를 흔적을 남긴다. 그 혼란한 와중에 잭과 플로의 눈앞에 자꾸 500년 전 화형당한 소녀들의 귀신이 나타난다. 잭 신부의 가족이 채플 크로포드에서 겪는 일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30년 전 사라진 두 소녀들의 이야기가 뒤섞이고, 누군가를 향해 강한 집착을 보이며 나아가는 남자의 시점까지 더해진다. 어떤 연관성도 찾아 볼 수 없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비밀들이 하나 둘 씩 드러나면서 완벽한 하나의 이야기로 다듬어진다.

 

 

 흥미롭게 읽었지만 다소 혼란스러운

 

 의미심장했던 버닝 걸스의 환영은 훌륭한 맥거핀이고, 뜻밖의 장소에서 시체들이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급전개 된다. 앞에서 뿌려진 여러 떡밥들이 마지막 몇 십 페이지에서 갈무리되는데 반전이랄까, 뜻밖의 전개가 이어져서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읽는 재미 하나는 정말 엄청나다.

 

 다만 그만큼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 악인이 없는데 우연히 나쁜 일만 일어나서 엄청난 비극이 된 어떤 이야기도 있었지만(정말 당황스러운 전개여서 기억에 남는다), 악인이 많은 것도 난감한 일이다. 악인에게 딱히 서사를 부여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대게 궁금해 한다. 왜 그랬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독자에게 충격을 주고 싶어 한 작가의 설계일 뿐이었을까? 그냥 얼버무리며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주인공이 경찰도 저널리스트도 아닌 신부님 이다 보니 사건의 종결이나 악인의 말로를 끝까지 지켜보는 위치가 아닌지라 그런 마무리가 적절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작가의 전작 디 아더 피플에서는 작가가 자력구제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가 나름의 답을 이야기를 통해 전했다고 느꼈다. 그런데 불타는 소녀들에서는 어떨까. 아마 이번 이야기에서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악하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아니면 본성을 부인하고 내면의 악을 감추고 노력하고 적응하며 남들처럼 행동하는 것이 최선일까?

 

 이 책의 첫 문장은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다. 그리고 나는 어떤 여자일까?”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 모호한 질문 자체가 가장 큰 반전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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