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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법칙

[eBook] 마음의 법칙

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공저/김희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요 며칠을 무기력하게 보냈다. 대자연의 흐름에 휘둘리는 호르몬의 영향인지 우울감도 심하고 자기혐오도 극에 달해서 움직일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러면 안 되지 싶어서 계획하고 움직여야지 했는데 머리와는 다르게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 것이다. 마치 뭔가에 씐 거 같았달까?

 

오컬트 영화에서 보면, ‘씌인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퇴마사제가 등장한다. 그들은 씌인 것의 정체, 즉 이름을 알아내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물러가라한단 말이다. 그러면 그렇게 패악을 부리던 악독한 것이 우어어 하면서 사라진다. 이름을 들켰다고 그렇게 간단하게 물러날 일인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뜬금없이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마사제! 가 아니라, 정신적 통증을 유발해 몸까지 마비시키는 그 무언가 정체를 알아낼 단서.

 

 

나는 왜 내가 싫을까?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하지만, 사실 나는 나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때때로 아주 사소한 것들이 도화선이 된다. 문득문득 내 눈에 나의 단점들이 비치면 견딜 수가 없다. 이를테면 어제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아무렇게나 뭉쳐져 있는 실뭉치들을 봤다. 지난 초가을부터 사다 모아 놓은 것인데 지금은 먼지만 먹고 있다. 그때는 정말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뜨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사둔 실들이 애초의 목적도 잊어버린 채 방치되고 있다. 그렇게 만든 건 나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신나게 하는 일이었는데 어째서 그마저도 지속하지 못하는지 생각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쉽게 타올랐다가 쉽게 식어버리는 인간이 돼버렸는지, 집중력의 문제인지, 이런 성향이 나의 인생에 어떤 악영향을 끼쳐오고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구제할 길이 없는 쓰레기가 되어있었고, 어제는 정말 최악의 하루였다.

 

내적으로 상당히 괴로웠는데, 누구에게 뭐라고 하소연할 수도 없는 얘기 아닌가. 정리 안 된 취미 상자를 보고 자신을 쓰레기라고 생각했다고 하면 무슨 얘기를 듣겠는가? 왜 그렇게 생각했어? 라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는 말밖에 되돌려 줄 말이 없는데. 그런데 나도 모르는 내 심리가 그렇게 유별난 것도 아니고, 충분히 설명 가능하며, 그렇게 땅을 파며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는 것 또한 어느 심리학자가 실험을 거쳐 연구한 심리 현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변덕스럽고 한심한 나가 아니라, 어떤 자극이든 시간이 흐를수록 무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습관화라고 한다), 그러므로 즐거운 자극이든 불쾌한 자극이든 지속해서 즐겁게 느끼거나 불쾌감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가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한없이 비관과 우울의 구덩이에 빠져버리는 것은 일종의 점화효과로, 그 작용원리를 알게 되면 반대로 긍정적인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

 

 

내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그런 것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51가지의 한 번쯤 생각해 봤을만 한 흥미로운 주제가 있고, 딱 질리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설명한다. 깊이 파고들지 않는 것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이 책으로 볼 때는 장점이 더 많은 듯하다. 심각하든 덜 심각하든 사람은 누구나 내적으로 잘 설명하지 못할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로 전하기 힘들고, 말로 전하기 힘드니 해결하기도 어렵다. 애초에 해결이 되는 문제인가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마치 변덕스러운 짐승을 한 마리 마음에 키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는 통제라는 단어가 종종 보인다. 통제할 수 있다. 그 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소소하게 위로를 받았다.

 

물론 이 책이 내 마음에 씌인 것을 완벽하게 쫓아내 주진 않았다. 이 책의 역할은 씌인 것의 이름을 알아내 주는 정도였다. 그것을 퇴치할 것인지 말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다만 가끔 마음의 짐승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할 때, 나는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이 책으로 심리학을 알게 됐다고는 뻔뻔하게 말하지 못하겠지만, 살짝 맛본 심리학은 생각보다도 더 실용적이고 유용한 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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