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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어둠

[도서] 날개 달린 어둠

마야 유타카 저/박춘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전대미문? 사상초유?

 

탐정 기사라즈는 중세 유럽의 고성 같은 기괴한 구조의 ‘창아성’에 사는 일본의 대부호 이마카가미 가에서 의문의 의뢰서를 받는다. 절친한 친구와 함께 당도해 보니 이미 사람이 죽어나가 있더라. 신체절단에 밀실까지 살인에 대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뜻밖에 벽에 부딪친 탐정 기사라즈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사람은 계속 죽어나간다. 징글징글하게 죽어나간다. 또야? 하자마자 또 죽어나간다. 그 와중에 명탐정 메르카토르 아유가 이마카가미가의 누군가로부터의 의뢰로 ‘창아성’에 당도하고, 탐정 기사라즈와 명탐정 메르카토르 아유의 추리대결이 벌어진다는 뭐 고런 이야기다.

 

다 읽은 감상은 뭐 상당히 멍~ 해졌다는 것이다. 작가가 워낙에 수많은 신화와 철학과 고전과 진짜 인지 싶은 역사까지 들먹여 가며 초반부터 화려하게 흔들어 놓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진짜 이야기가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말이 딱이지 싶을 정도로 다이내믹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리라.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생각해 보니 등장인물 소개부터 심상치 않았다. 유난한 한자병기를 보고 왜 이 한자를 썼는지 ‘설마 첫 장부터 오타냐’ 싶었던 것도 다 작가의 계산이었다는 사실. 중반부가 마무리 되는 부분에서는 ‘누군가’가 갑자기 일탈행동을 보이질 않나, “얘는 왜?”라는 말이 육성으로 터져 나올 만큼 의외의 ‘인물’이 골로 가질 않나 정말 이루 말 할 수 없이 전대미문, 사상초유의 전개가 이어지는데 사실 그것도 모두 다 작가의 계산이었다는 점. 정말 작가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싶었다.

 

한편으로 왠지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가 떠올랐다. 설정이나 트릭이 유사하다거니 줄거리가 흡사하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니다. 두 책의 유사점을 굳이 꼽자면 두 작품 모두 작가가 아마추어 시절 꽃다운 20대 초반에 써낸 작품이 원형이 되었다는 정도이려나. 여하튼 내가 뜬금없이 『날개달린 어둠』을 읽고 『요리코를 위해』를 떠올린 것은, 이케가미 후유키라는 문예평론가의 글 때문이었다.

 

포레어서 펴낸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에는 이케가미 후유키라는 문예평론가의 글이 실려 있다. 어째서 평론가의 글까지 기억하고 있느냐고 한다면 그것이 참 오묘한 부분이다. 보통의 소설책 말미에 실리는 평론가의 글들은 대게가 칭찬 일색이기 마련인데 이케가미씨의 글은 아주 공격적이며 냉소적이었기 때문이다. 요약하여 전하자면 “노리즈키 씨의 책은 다 좋았는데 ‘명탐정’ 노리즈키 린타로가 등장하면서 아주 배려버렸네요.” 뭐 이런 식이었다. 신본격을 좋아하지 않는 평론가의 개인적인 성향 탓도 있었겠지만 그런 평론이 책에 실릴 만큼 당시의 일본 문단에서의 신본격에 대한 평가가 어떠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리라.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 바로 ‘신본격 2세대의 기수’라고 불리는 작가 마야 유타카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혀 다르다고 까지 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특수한 상황 설정이나 기괴한 모티브들, 그런 설정은 좀 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필연적인 인물관계, 도저히 현실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잔혹하고 불가해한 사건은 뭐 신본격 추리소설의 팬이라면 상당히 익숙한 패턴일 것이다. 그러나 탐정의 역할에 대해서는 좀 다르다고 할까, 접근방식이 좀 더 다채롭다. 결국 사건의 전말은 탐정의 입을 통해 전해지게 마련이므로 탐정은 작가와 동등한 입장, 즉 전지전능하다 싶을 정도로 모든 정보를 가진 만능인이었다고 한다면, 마야 유타카의 책에서는 그저 한낱 장기판에 말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디로든 쓰일 수 있고, 어떻게든 버려질 수 있는 말. 앞서 평론가와 같은 ‘탐정’에 대한 혐오감 까지는 아니더라도 애증과도 같은 감정이 읽혀졌다고 한다면 내가 너무 예민한 탓일까?

 

그런 이유로 『날개달린 어둠』은 참으로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주옥같은 신본격 추리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환상과도 같은 기괴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탐정을 장기판의 말과 같이 부리며 오로지 반전에 반전을 위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추리소설의 미덕은 아무도 예측 못할 반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흡족할 만한 이야기일 것이나 추리소설의 구조미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조금은 고깝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본격 추리소설의 팬이라면 아주 신선한 충격을 받을 만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머리가 좀 아플 것 같다. 도대체 몇 번을 꼬아대는 건지…….

 

 

 

덧. 밀실에 대한 ㅇㅇ의 해설은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거냐..작가는..

또하나 덧. 결말 매우 충.격.적.임. 하지만 본격 답게 동기는 그냥 빈약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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