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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시간 여행

[도서] 꾸뻬 씨의 시간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저/이재형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정신없이 무언가에 열중해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았을 때라든지 어린 시절 유치원 학예회때 동물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발견했을 때 정도이려나. 아직 눈가에 주름을 살필 나이는 아니니 고작 그 정도뿐이 아닐까 생각한다.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일 말이다. 특히나 요즘은 무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일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시간이라는 것은 공기마냥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서양 철학서들과 친했다면 일찍이 철학자들이 시간에 대해 깊이 사유한 결과물들을 들여다 볼 일이 있었겠지만 그렇게 고고한 취미도 없다.

 

나는 그렇지만 꾸뻬를 찾는 그의 환자들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시간이 어서 지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와 흘러가 버리는 시간이 야속하고 아쉬운 이,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이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어 두고 싶은 이. 다양한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사정으로 시간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과 상담한 더 이상 젊지도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정신과 의사 꾸뻬는 기묘한 꿈을 꾼다. 묵묵히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기차 속에서 꾸뻬는 홀로 앉아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깥풍경을 따라잡으려 걷기 시작하자 기차가 느려진다. 창밖을 살피려 멈춰서면 기차는 제 속도를 찾아 달리기 시작한다. 내릴 수도 없는 기차에서 허둥대던 꾸뻬는 노승을 만나게 된다. 이 계시와도 같은 꿈을 계기로 꾸뻬는 시간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려줄 노승을 만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꾸뻬처럼 노승과 인연이 있는 친구 에두아르를 만나기 위해 북극으로 다시 프랑스로, 중국으로, 그리스로 그리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기 까지 꾸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또 의미심장한 꿈을 꾼다. 그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고민과 담론이 담겨있다. 꾸뻬는 그들과의 대화에서 혹은 그의 꿈을 통해 수많은 질문거리를 적어낸다. 그것이 때로는 엉뚱하기도 하고 말도 되지 않는 우문 같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질문을 조금씩 곱씹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시간에 대해 고민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되는 순간 대게 사람은 불행해 지는 것 같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 나는 이렇게 되어 버렸다거나, 과거의 시간을 그리워하며 흘러버린 시간을 안타까워한다거나 아예 부정해 버리고 싶어지는 순간 시간은 불행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도 정체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시간을 관리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고 지금 누군가도 시간과 승리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꾸뻬씨의 시간여행에 동행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괴로워하는 이때를 불행의 시간이라고 이른다면 불행의 시간은 현재가 과거에 묶여있거나 미래에 종속된 형상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꾸뻬씨의 여행으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현재를 바로 사는 것이다. 과거에 매달리거나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히고 마는 현재라면 불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현재에서 시간의 흐름은 괴로운 것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지혜가 시간의 흐름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열쇠가 아닌가 싶다.

 

번호가 없는 방법. 현재가 곧 영원이며, 그것이 전부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도록 애써본다. - 276쪽

 

사실 수많은 사람들과 고민과 철학과 방법들이 등장하지만 그렇게 많은 글자를 동원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알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유한한 일생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시간은 후회와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 후회와 불안 속에서 현재를 잃어버린다면 그거야 말로 안타까운 일일 것이니.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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