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평균의 종말

[도서]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저/정미나 역/이우일 감수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2018년에 출판된 책인데, 최근에 추천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 출간된지 조금 지났지만 많이 읽히고 팔리는 것을 보니 <평균의 종말> 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

저자가 교육학자다 보니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교육의 혁신에 대한 책으로 읽어내는 것 같다. 그러나 "평균"이라는 압도적 시스템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은 아직까지는 보편화되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이 책이 개개인의 '아하 모먼트'를 일으키고, 평균이 아닌 자신만의 인생 진로에 확신을 갖는 개인의 삶을 지지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아돌프 케틀레, 프랜시스 골턴,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 에드워드 손다이크에 의해 전세계에 평균주의가 기업과 학교, 국가의 주류 조직 원칙으로 세워지고, 인간/학생/근로자의 계층화/유형화가 이루어진 역사가 소개된다. 천문학에서는 측정 오차를 보완하고자 여러 번 측정 후 평균값을 대표값으로 삼았는데, 천문학자였던 케틀러가 이를 사회문제에 대입하여 평균을 대표값도 아닌 "참값" 으로 삼고, 각 인간을 오차로 생각했다. 이로부터 나아가 골턴은 평균을 상회하는 개인은 우월하고, 평균을 하회하는 인간은 열등하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를 조직사회에 도입한 테일러는 개개인의 영향 없이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테일러주의를 산업계에 광범위하게 도입했고, 이로인한 효율 증대에 많은 기업들이 열광했다. 기업에 적절한 노동자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근대 학교에서 손다이크는 우등/열등을 가려내는 도구로 교육을 활용했다. 

평균주의의 성과에 대해 저자는 부정하지 않는다. 경제의 발전을 가져왔고, 보편적 민주주의도 이루어냈다. 그러나 그룹의 평균은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없다는 근본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문제, 즉, 에르고딕 스위치를 간파한 피터 몰레나로부터 개개인학이 시작되었다. 에르고딕 Ergodic 은 집단의 평균을 이용하여 각 구성원의 성질을 알 수 있는 성질인데, 이렇게 되려면 구성원이 동일하고 모든 구성원이 시간이 지나도 동일해야 한다. 즉 분자간 인력이 없는 이상기체 Ideal gas분자에나 적용되는 성질이다. 인간은 당연히 이상기체가 아니기에 에르고딕할 수 없다. 즉 통계statistics로 개별 인간을 나타내거나 이해하기 매우 어려우며, 동적 연구 dynamics 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에서는 여전히 여러 분자의 집합ensemble을 관찰하여 거동을 연구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의 기법이 발전하며 단분자 single molecule 연구가 매우 중요한 분야로 떠올랐다. 과학에서 단분자 연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각광받는데 비해 사회학에서의 개개인 연구가 받아들여지는 데는 조금 더 저항이 있다고 느껴졌다.

이후 개개인성의 원칙에 대한 설명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느끼고 경험한 바가 있는 내용들일 것이다. 재능은 다차원적이며 각 재능은 상호연관이 낮다. 즉, 한 가지에 뛰어나다고 다른 것들도 잘하라는 법은 없다. 사람마다 성취를 하는데 적합한 경로는 모두 다르고, 맥락에 따라 사람의 성격도 다르다. 즉 평균적 인간에게 맞추어진 표준화된 교육, 업무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제 6장 <이정표 없는 길을 걷는다는 것> 이 가장 인상깊었다. 이 장에서는 European Research Council 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과학자로서 수월성 Excellence 를 얻은 과학자들의 직업 경로를 연구한 내용이다. 전형적인 성공한 과학자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정규직 남성으로 여겨져 이로부터 벗어난 경로에 있는 과학자들은 연구비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실제로 높은 업적에 도달한 경로는 다양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단기간에 정규직을 얻고 빠른 승진을 한 경우도 있지만, 오랜 비정규직, 실업기간, 다른 분야로의 이직을 했던 경우에도 우수한 성과로 이를 수 있었다고 한다. 가장 극적인 경우는 연구 기간의 거의 마지막에 다다라서 우수한 연구결과를 보이는 경우다. 만약 평균 혹은 우월한 그룹에서 벗어났다고 이런 연구자들에게 연구의 기회를 제거했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모두에게는 제 각각의 경로가 있다. 그러니 자신이 걷는 길을 자기 책임으로 걸으라는 응원은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큰 힘이 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뒤이은 내용들은 기업에서 개개인성을 존중했을 때 직원의 참여와 혁신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과 대학 교육에 개개인성을 존중하도록 교육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들이었다. 사기업에서 먼저 획일화된 기존의 평가와는 다른 다면적 평가 기준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운영해야 교육 혁신도 이루어질 것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개개인이 이룰 수 있는 가장 높은 성취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일 것이다. 아직 사회는 평균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알아가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